2017년 3월 31일 금요일

주민 친화형 변전소 사업모델 제안 - 실험실 모델

실험실 모델 중 대학·연구기관 실험실모델

우리나라 사립대학들 중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양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공대는 199412월 세계에서 5번째인 25eV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갖춘 포항가속기연구소를 설립하였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범국가적 공동연구시설로 에너지가 25억 전자볼트에 달하는 제 3세대형 방사광가속기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길이 165m의 선형가속기와 가속된 전자를 초진공통로에 저장시키는 둘레 280m의 저장링, 그리고 방출되는 방사광을 이용하여 각종 실험을 실시하게 되는 여러 종류의 빔라인(Beamline)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가 제작한 세계 최대의 강입자충돌기(LHC)의 가동 에너지인 13테라eV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지만, 입자물리학과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미비한 국내 실정을 생각하면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실험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구 비밀집지 내에 위치한 변전소의 대형 유휴 부지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전기 사용량이 많은 실험실의 설립을 위해 적합한 위치가 될 것이다.
 
. 선정 이유
 
포항공대의 2015년 전기 사용량은 135GWh라고 한다. 이중 대학이 사용하는 양은 60GWh이고, 나머지 75GWh는 가속기연구소에서 사용한다. 60% 가까이의 전기가 연구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135GWh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은 약 126억 원으로 학부와 대학원을 모두 합쳐 약 3,000여명의 학생이 있는 포항공대 입장에서 전기요금은 학교 공과금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2000년 전기 사용량과 비교해 대학은 약 2.17배 늘었지만 연구소는 2.59배로 더욱 크게 증가하였고, 2016년에는 새롭게 증설한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가동됨에 따라 전기 사용량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학교 측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전체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화장실 등에 인체 감응 센서와 조명 제어 센서를 설치하고, 강의실에도 조명과 냉난방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이 상대적으로 커,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만약 이와 같은 상황에서 넓은 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특히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전기를 저렴하게 제공이 가능하다면 가속기연구소와 같은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연구소 실험실의 유치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상대적으로 사업모델이 부족한 대형 유휴 부지를 가지고 비밀집지에 위치한 변전소를 위해서도 운용하기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특히 연구소가 갖는 보안 및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전통적인 변전소에 요구되어 지던 사항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보안 이슈로 기본 대상 변전소에서 제외했던 765kV 변전소나 345kV 변전소들에도 적용 검토가 가능하다.
 
. 기본 분석
 
일반적으로 원자 단위 이하의 세계를 관찰하거나 실험하는 강입자충돌기(LHC)는 인간이 자연의 근본원리를 탐색하기 위해 건설한 사상 최대 규모의 과학 설비라고 불린다. 이는 입자를 가속시키는 가속기의 둘레만 해도 무려 27km에 달하는 거대한 실험시설로,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도 압도적으로 큰 규모를 가진 연구시설인데,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이 입자단위의 대형 과학 시험 시설이 존재한다.
 
포항가속기연구소(PAL)19885월 설립된 포항공과대학교의 부설연구소이자, 법인이 승인된 독립채산 기관이다. 3세대 방사광가속기인 포항방사광가속기(PLS)4세대 방상광가속기인 PAL-XFEL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물리학을 연구하는 연구소이다. CERN이 보유하고 있는 LHC와 비교하면 그 크기가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체적인 규모만 하더라도 장충체육관보다 더 크며, 그 소비전력은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의 전체 시설과 맞먹을 정도이다. 그 때문에 2015년 한 해에만 전기요금은 70억 원 이상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방사광가속기는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시행 과학기술 대표성과 국민선호도 조사 대국민투표에서 기초과학분야 1위에 선정될 정도로 국가 과학기술분야의 첨병 역할을 하는 거대 과학시설이다. 해외에서도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10대 과학적 성과’, ‘꿈의 기술로 선정하는 등, 최첨단 과학시술로 인정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2009년 건설한 초대형 입자충돌가속기(LHC)는 스위스 제네바 인근 지하에 매설된 약 35km 길이의 링 내부에 두 개의 양자 빔을 반대 방향으로 방출·가속·충돌시켜 7테라 전자볼트(eV)급의 고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LHC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기가 필요한데, 입자의 충돌을 측정하기 위해 장착한 센서들의 전기 소비량만도 수십MWh에 달하기 때문이다.
 
LHC에서 가장 많은 전력이 들어가는 곳은 7,000개의 초전도 자석들을 절대온도(-273.16) 수준으로 냉각하는데 사용되는 극저온 장치인데, 이 장치는 광자가 원형 링을 따라 움직이도록 만드는데 27.5MWh의 전력을 소모한다. 그 다음으로는 양자들의 충돌 결과를 읽어 들이는 네 개의 감지기들로서 약 22MWh의 전력이 사용된다. CERN에서는 이렇게 LHC가 총 120MWh 규모의 전력을 소비한다고 발표했으며, 연구소 전체의 전력 소비량은 최대 180MWh에 달할 것이라 얘기하였다. 이 때문에 실제 가동 전에는 인근 지역에 정전상태가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켰다. 하지만 CERN은 연구소의 전력 필요량은 제네바 전체의 10%에 불과해 정전의 가능성은 희박하며, 진짜 걱정은 상상조차 어려운 전기료에 있다고 언급했다. 기계장치 구입비용에만 4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는데 가동을 위해 천문학적인 전기료가 재정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이유에서이다. 그 때문에 전기료가 가장 비싼 겨울에는 LHC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연구시설에서도 지속적인 지출이 요구되어지는 전기료는 연구의 임시 중단을 검토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 기대 효과
 
해마다 10월 초 노벨상 시즌이 끝나고 나면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과학계에 대한 성토의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도 일본과 비교를 하며 어떻게 일본은 3년 연속 노벨 과학상 수상이 가능했는지, 어떻게 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성토와 분석은 성토와 분석으로 끝이 난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실험실 모델은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험실은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혜택보다는 장기적이고 공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밀집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징과 여전히 기초과학에 투자가 인색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보다 거시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며, 그렇다면 실험실 모델은 좋은 선택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업 모델들보다 실험실이라는 모델이 갖는 근무 환경의 특성상 인근에 실거주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외부 고급 인력들의 지역 내 유입이 가능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직접적인 생태계의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 대외적으로도 지역이 학술 연구 단지 등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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