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31일 화요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진단 ④

[중국 해외 직구, 성장은 계속된다]


중국 국민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해외직구는 중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중국 조사업체인 빅데이타리서치(베이징정보자문유한회사)에 따르면 2014년 해외직구 규모는 전년보다 95% 증가한 1500억 위안(25조원)에 달하고 2015년에는 다시 2400억 위안(40조원)으로 급증했다. 2018년에는 해외직구 규모가 1조 위안(180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다.

표면 상으로 보면, 해외직구 상품을 수입하는 주체는 개인이고 매출은 모두 다른 국가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해외직구를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해외직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비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해외직구 장려는 소비의 다양화와 경험의 증대라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내심은 국내 산업이 충분히 인민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소비를 통한 성장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 소비를 이끌어낼 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많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 특히 2선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쇼핑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쇼핑몰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매할만한 상품을 찾는 것도 무척 힘든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이는 유통채널이 제대로 성립되기 전에 인터넷 유통망이 발전한 탓도 있지만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중국상품이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중국의 여러 상황을 보면 해외 직구는 중국 인민에게 좋은 탈출구이다. 배송까지 길게는 2주일을 참아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반품이 거의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직구를 통해 맘에 드는 물건을, 특히 면세로 살 수 있다는 점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면세 통관은 한 사람 당 연간 2만 위안으로 웬만한 상품의 구매, 특히 화장품이나 의류는 큰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직구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래 직구는 소비자가 해외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의 잠재력을 인식한 해외 사이트들이 직접 중국어로 된 사이트를 만들고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결제방식을 채용하는 등 전문적인 직구 사이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쇼핑몰들이 지마켓 직구몰 같은 직구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세청의 전자상거래 수출 동향보고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수출금액은 1829만달러(1,232억원, 7억위안)로 전년 동기 대비 232.3%나 급증했다. 그 중 중국이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42.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중국 직구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국내 쇼핑몰들도 사이트 내에 중국어를 지원하고 중국카드로 결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른 직구몰은 중국인이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중국에 만드는 사이트들이다. 즉 중국인의 소비습관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인이 해외에 제품을 조달하는 조직을 두고 직송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국에서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판매가 된 상품은 해외에서 직배송 하는 형태를 띤다.

중국 통계청이 중국내 직구사이트의 거래규모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거래규모는 5.2조 위안(926조원)에 달했고 2016년에는 그 규모가 6.5조 위안을 기록,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을 한 것은 중국 소비자의 해외 상품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원인도 있지만 정부의 국가 간 전자상거래 장려정책과도 매우 큰 연관이 있다. 정부는 늘어나는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려 세수를 강화하고 수입하는 모든 해외상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판매사이트와 해관데이터시스템에 연동하도록 의무화 함으로써 거래를 투명하게 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확보한 셈이다. 2016 1월까지 13개 도시(정저우, 항저우, 텐진, 상하이, 충칭, 허페이, 광저우, 청두, 다롄, 닝보, 칭다오, 선전, 쑤저우)를 보세시범구역으로 정해 이 곳에서만 보세수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보세수입의 경우, 1000위안 이하의 상품에 대해서는 수입관세를 면제해주고 상품에 따른 행우세만을 부과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로 인해 보세구를 이용한 직구상품의 가격은 일반 무역대비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국내 직구사이트는 활성화됐지만 일반 무역업체가 큰 타격4을 입었고 반발도 커졌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16 4 8일 새로운 보세정책을 발표했다.

신 정책에 의하면, 보세시범구역 이용 시에도 기존 일반무역 시에 적용하던 증치세와 종합세를 모두 부과한다. 다만 2000위안이 넘지 않는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하고 증치세와 종합세를 30% 감면해준다. 물론 2000위안을 초과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일반무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또 기존의 50위안 이하 소액 구매의 세금 면제 해택을 폐기했다.

변경된 세율을 적용할 경우 과거 행우세에 비해 꼭 세금이 올라간다고 볼 수는 없다. 상품품목에 따라 높아진 상품도 있지만 낮아진 상품도 있다. 그러나 세액면제 혜택이 없어져 소비단가가 다소 올라감에 따라 중국 내의 직구사이트 주문량은 빠르게 위축됐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그동안 통관신고서 없이 보세창고로 수입되던 해외직구 상품들이 화물로 분류되면서 복잡한 검역과정을 거치게 된 점이다.
이는 중국 내 해외직구 업체가 크게 반발하는 원인이 됐다. 그로 인해 5 25일 중국정부는 지정 보세구역에 한해 신 정책 개편안을 2017 5 11일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고 1년간 신 정책을 전면적으로 실행하기까지 대비할 시간을 주겠다고 통지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보세정책에 관한 여러 가지 발표로 중국은 해외직구 사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세수, 상품 품질 등 다각도로 규범화된 통관 규제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직구몰의 원조는 소위 말하는 따이꼬우(., Daigou)란 보따리상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물건을 직접 사서 중국에 판매하는 구매대행 모델이다. 따이꼬우가 등장한 것은 2005년 중국 유학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중국에는 높은 관세로 물건 가격이 2,3배 차이가 났고 중국에서는 살 수 없는 브랜드도 많았기 때문에 많은 해외 유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가족이나 친지들의 부탁을 받아 현지의 화장품, 시계, 가방 등 상품을 사다 주었다. 차츰 부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10%의 구매대행 수수료를 받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따이꼬우의 초기단계이다.

점차 따이꼬우의 규모가 커지면서 2007년 알리바바 계열사인 티몰에서 처음으로 해외직구 C2C플랫폼인 티몰글로벌쇼핑을 선보였다. 그 결과 따이꼬우들은 티몰과 타이바오의 트래픽을 이용할 수 있어 고객 수가 크게 늘었고 해외직구족인 하이타오(, Haitao)들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됐다.
이러한 플랫폼의 등장은 자연스레 따이꼬우에게 판매의 장을 마련했으며 그들의 규모를 키웠다. 이런 상황이 계기가 돼 중국 해외상품 구매열풍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따이꼬우들은 해외를 방문해 상품을 구매할 때 영수증, 구매 사진, 배송 사진 등을 통해 정품임을 인증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날로그적이면서 매우 비공식적인 방법이지만 이를 통해 구매자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규모는 2014년에 829억 위안(14조원)에 달하고 전년 대비 상승률이 62.3%였다.

최근 중국의 세관정책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가장 중요한 유통 수단은 아직 따이꼬우다. 그런 따이꼬우들이 상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회색통관(중국 입국 시 세관 신고 절차를 밟지 않고 불법으로 상품을 반입하는 것)을 해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하나의 중요한 유통채널로 성장한 따이꼬우의 밀반입 행위를 중국 정부는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었다.
2014 4월부터 중국 해관은 개인물품 통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회색통관 근절에 나섰다. 또한 많은 밀반입 따이꼬우 조직에게 실형을 내리고 이를 기사화해 그들의 행동을 통제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2015년 따이꼬우 시장규모는 400억 위한 수준으로 전년 대비 30%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구란 해법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공급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장점이 있는 솔루션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솔루션이고 이를 통해 국내 생산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절한 수단을 통해 과세를 하려는 시도는 이미 관세정책이나 따이꼬우에 대한 대응을 통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는 알리바바로 하여금 중국에 직구로 들어오는 상품들에 대한 직접 관여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상품들을 가능하면 알리바바가 조달해 중국정부가 통제 가능한 영역 내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는 의미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상품을 통해 중국 인민들의 소비가 진작되는 것은 선호하지만 그 과정이 통제되지 않는 것은 싫어한다는 의미이다.


2016 4 19일 ㈜담양한과 명진식품이 중국 알리바바와 연간 2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은 것은 중국 정부의 해외 상품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1월 26일 목요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진단 ③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는 중국의 전문몰]


특별한 종류의 상품에 집중하는 전문몰을 버티컬 몰이라고 한다. 이 버티컬 몰은 특정 상품만을 취급,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배송해 종합몰인 징동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 버티컬 몰의 신뢰확보 방안은 취급하는 상품품목에 따라 다양하다.

버티컬 몰의 예를 통해 그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중국의 버티컬 몰 중 하나인 벤라이(본래 생활)는 식료품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사람들이 먹는 제품이라서 소비자들은 안전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식품이든 먹어도 안전한가란 물음에 확실하게 물론이라고 답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측면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벤라이는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식품안전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신뢰를 얻고 있다.


이 회사의 콜드체인 배송은 각 식품의 특정을 고려해 영양소 파괴와 수분증발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냉장(0~4)과 냉동(~-18)을 구분해 배송해준다. 특별 포장은 8시간 동안 지속되고 배달직원들은 상품의 식별은 물론 보관 방법과 영양 지식 등을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벤라이의 세심한 배려는 포장에서도 나타난다. 아이스 박스 안에 얼음과 함께 개별 포장하는데, 포장지에서 나오는 발안물질이 식료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PE(폴리에틸렌)PVC(폴리염화비닐) 소재의 포장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모든 농산물에 대해 43개 항목의 자체검사를 함으로써 인체에 유해한 농약중금속, 화학 물질을 철저하게 차단한 안전한 식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지우시앤왕(.)은 술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중국 최대 주류 온라인몰로 전체 주류 거래의 60%를 차지하는 곳이다. 주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다 보니 병이 깨지지 않게 2중 포장을 하는 등 포장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심지어 캔맥주도 에어백에 담아 배송한다. 맥주를 그냥 종이박스로 포장해 배달하는 종합쇼핑몰 1호점(1.)과는 분명한 차이가 나는 배송서비스다.

두 쇼핑몰 모두에서 술을 사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다음에 술을 살 때는 지우시앤왕을 선택할 확률이 크다. 이러한 지우시앤왕의 차별화된 안전배송이 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재구매로 이끌고 있다.

화장품 전문몰인 쥐메이(聚美.)정품보증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화장품 브랜드마다 판매 라이선스를 증명하는 수권서를 첨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었고 징동처럼 모든 상품을 직접 매입 관리함으로써 가짜 상품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쥐메이는 또 많은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가짜 수권서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수권서 아래에 해당 기업의 사장 또는 담당자의 사진에 공식 파트너라는 글과 사인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어 업체 방문 사진과 MOU 체결 사진 등 정식 채널로서의 신뢰감을 높이는 다양한 이미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정품보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쥐메이가 신경을 많이 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쥐메이는 단 4년 만에 중국 최대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로 성장했다.


앞의 세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전문몰들은 자신들이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품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신뢰가 무엇인지 파악, 그에 맞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는 상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요구를 버티컬 몰이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노력은 자연히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고 결국 버티컬의 한계로 이어진다. 버티컬 몰은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의 상품재고를 확보하는 한편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버티컬 몰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다. 쥐메이의 사례가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다양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쥐메이는 제3자 기업의 입점을 허용하고 해외 직구 상품을 취급하게 됐다. 그 결과, 쥐메이가 현실적으로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품이 늘어나게 됐고 가짜 상품이 유통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는 다시 쥐메이의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쥐메이는 오픈마켓의 비중을 큰 폭으로 줄여 직접 화장품을 거래했는데 제 3자가 물건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짝퉁 등장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위조방지 바코드를 각 화장품 브랜드마다 부착하도록 해 짝퉁의 뿌리를 뽑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아가 쥐메이는 체험형 매장을 개설, 소비자가 100% 정품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체험형 매장을 통해 제품의 진품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들의 정품 보장에 대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쥐메이는 입점몰의 폐쇄, 100만 위안 보상정책 등 가짜 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했지만 이미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았고 모든 상품의 직접관리로 인한 비용증대는 결국 수익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자 한때 미국 나스닥 상장의 신화로 불렸던 쥐메이는 상장이 폐지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쥐메이의 신뢰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에는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거래 규모가 아마존이나 징동 정도로 크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인프라 투자를 합리화시킬 수 있지만, 쥐메이처럼 버티컬로 접근하면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쥐메이가 취급하는 화장품은 상품의 특성상 모든 제품의 재고를 보유해 자체 유통을 하는게 진품을 보장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버티컬 몰이 생존하려면 그 상품에 적합한 유통방법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 시장이기에 버티컬 쇼핑몰의 등장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테슬라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2016년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지난 3 31일 테슬라의 네 번째 모델이자 첫 번째 보급형 모델인 모델3가 공개됐다. 기본 가격이 35,000불로 기존 모델에 비해 약 절반 가격인 이 모델에 대해 Elon Musk는 이 자동차가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개 후 일주일, 2017년 말 출시로 출시일이 아직 18개월도 더 남아 있는 제품에 사람들은 선주문 325,000대라는 놀라운 수치로 이 이야기가 단순한 허풍이 아닐 것임을 보여주었다. 2008년 첫 모델을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총 생산대수 120,000대를 조금 넘긴 테슬라의 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성공한다면 이 도전은 상용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테슬라는 전기차의 시대를 상당히 앞당겼다. 모두가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할 때 모델S를 통해서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 이상의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보여줬고, 모델X를 통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넉넉한 실내공간과 파워 그리고 오토파일럿과 같은 최첨단 기능들을 보여주었다. 테슬라는 애플처럼 자동차계의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차는 여전히 미래의 자동차이다. 부족한 인프라도 문제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일 것이다. 심리적으로 가까이 다가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테슬라는 너무 비싸다. 보급형이라고 불리는 모델3의 도전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모델3의 성공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충전과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이다. 테슬라가 이전 모델들로 충분히 해결했다고 보여줬던 충전과 주행거리 문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테슬라의 기존의 두 모델과 모델3가 타겟하는 고객군이 다르다고 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델3의 초기 고객은 모델S나 모델X과 그다지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20년 목표인 연간 50만이라는 생산설비와 약간의 옵션을 추가했을 때 4만불에 달하는 가격대가 추구하는 대상은 현재 BMW 3시리즈나 Benz C클래스 시장이라 봐야 한다면 기존의 모델과 모델3의 시장은 명확히 틀리다. 한국에서 동일한 브랜드는 소나타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행거리 이슈로 돌아가면 모델3의 예상 주행거리인 346km 분명 짧은 거리는 아니다. 단지 문제는 이 타겟 고객들이 기존의 고객과 달리 개인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정용 충전시설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분명코 야간에 가정용 충전시설로 8~9시간 정도를 충전하면 테슬라 모델3 346km을 주행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된다. 하지만 별도의 가라지나 충전시설이 완비된 주차장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충전의 이슈는 다시 소비자의 마음 속에 불안요소로 남게 된다. , 초기 고객군에서 Mainstream 고객으로 진화하는데 틈새(Chasm)가 명시적으로 존재한다. 모델3는 기존 테슬라가 추구했던 안전하고 빠르고 안락한 고급 대중승용차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갖고 있었던 기존의 문제, 즉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을 다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슈퍼차저는 그런 맥락에서의 안심요소였다. 모델S X에게 평생무료를 지향하는 슈퍼차저는 현재 613개의 장소에서 3628개의 차저(16 4월 현재)를 제공하고 있다. 무료라는 이미지와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급속충전소의 이미지는 고급모델의 충분한 주행거리와 함께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을 거의 완전히 불식시켰던 요소였다. 하지만 이 역시 고급시장에서는 이미지로 제공된 요소였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즉 비상용이거나 여행을 위한 충전설비였다. 비록 30분이면 270km 주행거리를 충전할 수 있지만 여전히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바쁜 도시인에게 즐거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급형 시장을 놓고 보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자택에서의 혹은 사무실에서의 Overnight 충전이 불가능할 경우, 혹은 어려울 경우, 급속충전 스테이션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해 보인다. Elon Musk는 모델3 발표와 함께 내년까지 슈퍼차저의 숫자를 2배로, Wall Connector의 숫자를 5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보급형 모델의 슈퍼차저 충전시의 무료정책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보급형 시장까지 무료로 제공할 경우, 테슬라의 충전플랫폼으로서의 미래가 사라지기에 무료제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가오는 가까운 미래의 충전은 기존의 태양광 충전만으로 어려울 수 있기에 기존 전력사업자와의 계통연계가 필요할 것이고 원가는 제로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전소의 존재는 보급형 모델의 매력을 올려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즉 나의 집 근처에 위치한 충전소의 존재가 테슬라를 선택하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도 모델3의 예약이 가능하면서 슈퍼차저의 제공 여부가 큰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우선 서울, 부산, 제주, 평창 등에 총 7개를 제공한다고 한다. 태양광 충전이 쉽지 않은 국내 여건상 테슬라가 어떤 형태로 급속충전소를 제공할 지 지켜볼 일이다.

테슬라가 시장선점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는 생산능력이다. 조만간 있을 모델3의 파트2 공개 때까지 적어도 5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의 사전주문 열기는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이 열기가 가져다 주는 부담감 또한 적지 않다. 2017년 말 즉 지금부터 18개월 내에 테슬라는 기존의 생산능력인 분기당 15,000~16,000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며 2020년까지 목표한 연간 50만대 생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58%에 달하는 생산 성장율을 보여야만 한다. 그렇게 최소 6배 이상인 분기당 10만대의 생산량이 달성되어도 일주일간의 사전 주문량인 30만대를 소화하는데 3분기 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기차가 갖는 생산의 용이성과 미국 Fremont 공장의 생산설비나 생산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가정하에도 분기당 10만대의 생산량을 달성함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해야 하는 배터리의 공급이다.

2017년 모델3의 출시와 더불어 부분 가동을 시작하고 2020년 풀 가동 예정인 기가팩토리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이다. 연간 5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으로 전기차 5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테슬라가 2020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고 발표한 근거도 기가팩토리의 규모에 있다. 기가팩토리가 가동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이 약 30% 정도 낮아질 수 있는데 발표된 모델3의 가격은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배터리 사재기와 같은 악재로 리튬의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한 해 전세계 생산량을 뛰어넘는 50GWh의 배터리 생산과 기대치인 30%의 가격 하락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테슬라는 기존의 두 모델을 출시함에 있어 언제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모델X의 경우는 첫 예정일에서 18개월이나 늦어졌다. 하지만 그 사실에 아무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만큼 만들어진 제품의 품질이 기대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Musk "고객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는 제품을 내놓느니 수익을 포기하는 게 더 낫다"라고도 말했다. 그래서 시장은 테슬라가 모델3에 있어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심지어 이미 2017년 말이 아니라 2018년 출시라는 소문이 나오는 실정이다. 문제는 모델3가 기존의 고객과는 다른 고객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또 기존 모델 대비 특별한 "와우"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모델S가 포르쉐 이상의 제로백을 보였고 모델X가 팰콘윙과 어마어마한 적재 능력을 보인 것과 달리 모델3는 비록 오토파일럿과 같은 첨단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냥 밋밋한 346km 가는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테슬라에 전기차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왠지 모델3는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닌 사실이다.

또 다른 맥락에서 테슬라 모델3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경쟁자들이다. 기존의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고 있고 테슬라의 성공 방정식을 이미 보고 학습한 경쟁자들이 주행거리를 늘린 경쟁제품을 2017년에 만들어낸다면 테슬라의 모델3가 갖는 매력은 많이 감소할 것이다. 현재 Nissan Leaf SV 모델은 34,200불이라는 가격에 172km라는 주행거리를 보이고 있다. 이는 3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상태에서의 주행거리로 테슬라처럼 대용량 배터리를 저렴하게 장착이 가능하다면 모델3와의 경쟁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Nissan Leaf는 이미 20만대 이상을 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기에 이제 생산을 시작한 테슬라와의 경쟁에 있어서 모델3의 출시가 시작되는 2017년 말에 모델3를 상대할 만한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Nissan2018년에 190~240km 주행거리를 가지는 모델 출시를 발표했다. 그리고 Nissan이 가능하다면 I Series를 만들어내고 있는 BMW Benz도 가능하다.


테슬라가 촉발한 보급형 전기차 경쟁은 분명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아젠다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2017년 말 모델3가 출시되고 2020년까지 테슬라의 약속대로 연간 50만대의 생산설비의 구축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그의 경쟁자들이 이에 필적할만한 경쟁제품을 시장에 쏟아내기 시작한다면 2018년 자동차 시장에서의 관심의 촛점이 전기차 즉 EV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즉 아이폰이 출시되고 시장이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던 2007년의 상황과 그다지 틀려 보이지 않는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타났던 OS의 진화와 같이 새로운 제품이 기존의 제품을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EV를 기반으로 한 환경에 대한 규제와 자율주행, 혹은 스마트카와 같은 진화는 분명코 나타날 것이다.

알파고가 AI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에 대한 정책을 정부는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AI에 대한 산업은 존재하지 않고, 자동차 산업이 전체 GDP에 기여하는 바는 10%를 상회한다. 모든 상황이 예상대로 돌아간다면 2, 그렇지 않더라도 3~4년 내에 전기차는 스마트폰이 만들어냈던 시장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내제하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한국의 현대, 기아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이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전기차에 대한 정책과 관심이 필요하다.

2017년 1월 25일 수요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진단 ②

[알리바바 가고 징동의 시대 열릴까?]


미국의 경우 오픈마켓을 지향하는 이베이는 추락한 반명 종합몰을 지향하는 아마존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2007년부터 아마존이 이베이의 가치를 추월, 이미 이베이의 12배를 넘어섰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신뢰한 이슈가 있다.

오픈마켓이 주는 중요한 가치는 가격과 구색이다. 플랫폼 운영자가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자발적 거래를 돕는다. 판매하는 상품의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품의 종류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판매자들 간 자연스런 경쟁으로 가격은 최저가격을 형성하게 된다. 또 플랫폼 운영자의 개입이 거의 없으므로 운영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픈마켓은 가장 효율적인 상거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상거래에는 효율을 희생하고 품질을 추구하는 고객 군이 있고 그 규모는 사람들의 소득이 늘거나 이전 구매의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계기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플랫폼의 특정 기능을 사업자가 책임지고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대표 사례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가능한 많은 상품을 자체 보유하고 관리하면서 최단기의 배송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상품의 가격이 타 플랫폼보다 높다고 판단되면 직접 판매자로 참여해 최저 가격을 보장한다. 고객은 아마존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신뢰를 얻는 것과 함께 아마존이 책임지는 서비스라는 안심을 얻게 된다.


이와 비슷한 변화가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타오바오라는 오픈마켓이 제공하던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아마존을 벤치마킹 한 징동닷컴(JD.com) 같은 기능적으로 발전한 사업자에 잠식되고 있는 것. 징동닷컴 역시 아마존이 제공하는 신뢰감 있는 브랜드와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과 미국 모두 전자상거래의 이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상거래가 주는 기본적인 덕목인 신뢰(Trust)’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고객서비스를 설명할 때 많이 쓰는 해슬 프리(hassle free)’란 영어표현은 번잡한 것에서 자유로운이라는 의미다. 해슬 프리를 시장의 시각에서 해석하면 구매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서 해방되는 것을 뜻한다.

그 동안 유통은 오랫동안 서로 경쟁하면서 제품의 불량, 파손, 오류 그리고 변심 등의 이슈에 대응하는 방법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구매 과정의 문제를 해결해왔다. 오프라인 유통부문이 겪어왔던 문제해결 과정이 지금 인터넷 기반의 전자상거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유통 역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해슬 프리를 구현할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물물교환을 시작으로 물건을 사고 판 이래, 상거래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다. 인터넷 상거래는 직접 상품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파는 사람도 알지 못한다. 물론 소비자가 상품을 바로 가지고 올 수도 없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한 환경이다.


특히 전자상거래는 상품에 대해 먼저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상품거래가 완결되기 전에는 계속 불안감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불안감도 조금씩 줄었지만 적잖이 발생하는 사고들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전자상거래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변화를 계속해왔다.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 것.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감의 원인은 다양한데, 특히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소위 짝퉁으로 불리는 가짜 상품의 존재다.

중국 시장의 가짜 상품 범람은 소비자의 눈길을 소비자 간 거래(C2C)에서 기업대 소비자 거래(B2C) 시장으로 돌리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전통적으로 중국 상거래에서 신뢰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상인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중국은 흔히 사농공상으로 대표되는 상인에 대한 괄시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적인 신뢰의 이미지는 산업화를 겪으면서 많이 퇴색됐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만들어진 짝퉁의 범람은 거래의 신뢰를 끌어내렸고 전자상거래의 발전은 가짜 상품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가짜 상품이 비대면 유통이 가질 수 있는 나쁜 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 결과 중국 전자상거래에서 진품인지 여부는 가장 중요한 이슈이고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짝퉁에 대한 알리바바의 강경한 태도가 눈에 띈다.


지난 73, 알리바바는 가짜 상품을 뿌리 뽑기 위해 짝퉁 제품을 추적, 퇴출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실제로 알리바바가 짝퉁을 근절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시장 안에서 짝퉁의 존재가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오픈마켓 중심의 C2C 전자상거래에서 B2C로 전환된 가장 큰 이유는 가짜 상품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판매자를 신뢰하기 보다는 플랫폼 제공자를 신뢰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처음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작을 알리는 문은 타오바오가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타오바오는 눈 앞에서 파는 물건도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온라인 상의 물건을 구입하느냐는 조롱을 받곤 했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많은 사람들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지만 불신을 완전히 없애기에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특성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징동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정품만 취급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은 바로 징동의 자체 물류 시스템이다.

징동의 물류시스템은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티몰, 타오바오 등 알리바바 계열사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알리바바의 경우 소비자를 다수의 기업과 연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징동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자체 쇼핑몰을 운영한다. 때문에 신뢰성 면에서 알리바바 보다는 강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중국 온라인 쇼핑업체 중 최대 규모의 물류 시설 창고를 보유, 신속한 배송을 자랑하는 징동닷컴은 11만여 명의 임직원 중 6만여 명이 전문 택배 배달원이다. 징동이 물류 유통 분야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바탕으로 징동은 소비자에게 ‘100분 서비스’, ‘211 배송그리고 징동 따오지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100분 서비스는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온라인 쇼핑에서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찜찜함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로, 배달된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불만을 표시하면 100분 이내에 해당 제품을 수거해 간다.

이처럼 징동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징동의 자체 물류 시스템과 300여 주요 도시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배송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징동의 물류시스템처럼,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 재고를 관리하고 직접 배송을 수행하는 기능은 일종의 책임의 증대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은 비용의 증가와 오픈마켓 대비 가격경쟁력의 하락을 초래한다.

아마존과 징동은 이러한 비용상의 문제를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아마존이 영어권 7억 명을 대상으로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를 확보했다면 징동 역시 8억 중국인을 대상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한 징동은 지난해 약 80조 원의 거래액을 달성했으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20145)해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주식을 매입, 1대 주주로 등극했다. 텐센트의 위챗을 기반으로 모바일 전자상거래 거래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징동 역시 가짜 상품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징동이 직접 상품을 사서 진품유무를 확인하는 게 소비자에게 가장 신뢰를 주는 행동이지만, 쇼핑몰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이 나타나곤 한 것이다. 결국 징동이 모든 물건을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되어 다른 업체의 입점을 허용했는데 이것이 징동에서도 가짜 상품이 나오는 원인을 제공했다.

징동은 잃었던 신뢰를 높이고 가짜 상품을 근절하기 위해 입점 업체들에게 까다로운 입점 절차를 밝게 하였고 가짜 상품이 발견될 경우 해당 업체는 바로 입점을 취소하고 퇴출조치를 하도록 했다.

이처럼 단호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징동에는 짝퉁이 존재하고 소비자의 신뢰 역시 낮아졌다. 사업자들의 입점을 허용함에 따라 가짜 상품 출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고, 거기에서 오는 불안감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다.

특히 해외상품이나 화장품, 식품과 같이 사용 후 진품여부가 판별되는 상품영역에서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특정 상품에만 집중되는 전문몰들이 등장하는 배경이 됐다.

테슬라 기술강점과 비즈니스 확장성

(2015년 10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지난 9월말 미국 캘리포니아 플레몽 공장에서는 테슬라모터스의 3번째 모델이자 크로스오버 SUV인 테슬라X가 공개됐다. 이 행사에 쏠린 사람들의 관심은 더 이상 완전충전 상태에서의 최대 주행 거리나 배터리 충전 시간, 최고 속도와 제로백* 수치 같은 전기차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대중들의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최첨단 고성능 SUV로서 어떤 장점이 있느냐였다. 이미 전기차가 일반 내연기관 차에 비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이전 모델인 모델S를 통해 증명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전기차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환경론자들이 관심을 갖는 친환경과 재생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환경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격은 비싸고 주행거리는 짧고 충전은 불편한, 대중들이 상대하기에는 단점이 너무도 많은 자동차가 전기차였다. 기존 자동차 업체도 100% 전기차의 개발에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상용화할 만한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금 테슬라는 짧은 시간에 로드스터와 모델S, 2개의 모델 만으로 기존 전기차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들의 편견을 깨나가고 있다. 특히 이미 존재하는 안정적인 기술 중에서 최고의 것을 선택,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오도록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다. 테슬라는 수십 년 전에 개발된, 3상 교류 유도 모터나 파나소닉의 원통형 18650 리튬 이온 배터리 등을 가져다 사용하고 있다.

전기차는 모터와 배터리의 조합에서 오는 높은 초반 가속력과 구조의 단순함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초반의 낮은 회전비로 인해 일정 수준 이상의 힘(토크)이나 속도를 내려면 불완전 연소 과정을 거치고 변속기를 비롯한 다양한 장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의 손실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전기차에서 사용하는 모터들은 처음부터 최고 회전비가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넓은 구간 동안 최대 토크의 유지가 가능해 순간 가속력이나 힘이 대단히 세다. 전기차는 힘이 약하고 고속주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세간의 통념은 기술적으로는 정반대인 것이다.

전기차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터리 가격과 최대 주행거리의 한계라는 결정적인 단점 때문에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개발로 높은 에너지 밀도의 전지를 저렴하게 쓸 수 있게 됨에 따라 최대 주행거리가 점점 늘어났다. 게다가 전기 요금의 인하로 유지비도 크게 줄었다. 다시 한번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자동차 업체들이 지역 내에서 신차를 판매하려면 배출 가스가 전혀 없는 무공해 자동차를 15%는 생산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다양한 형태의 무공해 자동차를 개발,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이동 수단이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장선에서 연료만 배터리로 바뀐 자동차로 전기차를 정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플랫폼은 오랜 시간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그 크기와 위치와 형태가 정착된 결과다. 이를 전혀 다른 탈 것인 전기차에 적용하니 전기차가 가져야 할 장점은 줄고 단점은 늘어나는 상황이 됐다.

전기차는 변속기나 중앙 터널, 배기 장치, 열 차폐 장치, 촉매 컨버터, 각종 오일 등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10%에 해당하는 부품이면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 게다가 모터도 엔진에 비해 상당히 작아 공간 활용의 효율이 높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배터리의 크기와 형태다.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함께 쓰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해 제대로 연비를 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트렁크에 놓게 돼 곳곳에 공간의 여유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트렁크의 크기는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내연기관 플랫폼 대신 조립식 키트 카를 이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장점을 극대화 하고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델 S의 플랫폼을 전기차용으로 새로 설계했다. 가장 부피가 큰 배터리 팩을 차체 바닥에, 모터는 바퀴 사이에 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성능을 높였다. 기존의 플랫폼은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전기차용으로는 비효율적 이었기에 전기차의 기술적 장점을 100% 구현할 수 없었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이 테슬라와 같은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테슬라는 과감하게 기존의 모든 기술적 자산을 버리고 전기차라는 사고로 전환하는 길을 택했다.

배터리의 가격과 무게, 용량으로 인한 최장 주행거리의 부족과 긴 충전 시간은 여전히 전기차의 핵심적인 단점이다. 여러 가지 전기차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중화가 더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테슬라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줄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분에서 테슬라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은 당연히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 그리고 솔라시티나 기가팩토리(둘 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CEO를 맡고 있다.)와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친환경 자원과 재생에너지 사이의 확장성과 다양성은 테슬라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다른 2차 전지에 비해 높은 출력과 저장 밀도, 가벼운 무게, 가공의 편리성 등의 이유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져 과열이나 과충전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테슬라의 특허 중 약 70% 가까이가 배터리 관련이며 그 중 44건인 27.5%가 과열 방지 관련 특허인 것도 이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 리튬 이온 배터리 중 파나소닉에서 개발한 원통형 18650 배터리 약 7000여개를 직병렬로 연결해 배터리 팩으로 사용한다.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고 가격이 저렴하며 이미 오래 전에 대중화돼 공급이 충분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기차로의 전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가격을 더욱 낮추기 위해, 원통형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직접 건설하고 있다.
2017년 기가팩토리가 직접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면 지금보다 30% 이상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일정 수준 이상 배터리 노후화할 경우, 주택용 태양광 발전시설 공급업체인 솔라시티를 통해 실질적인 가격을 더욱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가정용 혹은 산업용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재사용하거나 저렴하게 공급된 대용량 배터리를 바탕으로 V2G(전기차 그리드서비스)*을 활용하는 등 배터리를 2차 사용한다는 것.

표준화는 대체로 안정성과 편리함을 주지만 때로는 발전과 혁신을 막기도 한다. 테슬라의 경우, 자동차 제조라는 가장 보수적인 업계에 속해 있지만 적극적인 추진력과,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에 있어서는 실리콘밸리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충전 인프라 개발 부분일 것이다.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충전이다. 테슬라의 모델 S는 가격과 무게를 최소화하면서 최장 거리를 늘리기 위해 70kWh 또는 85kWh(모델X 90kWh를 사용한다.)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이 거대한 배터리를 기존 충전 인프라를 이용해 충전한다면 급속으로도 2시간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인프라의 표준화 조차 더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과감하게 자체 규격을 도입했다.
완속 충전은 듀얼 모드에서 최대 20kW로 가능하며 슈퍼차저라 불리는 급속충전은 최대 135kW의 충전을 제공(모델 S의 내부 시스템의 한계치이다.)한다. 슈퍼차저를 이용할 경우 40여분 정도면 완전히 충전할 수 있고 10분의 충전으로도 12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게다가 모델 S 이용자에겐 평생 무료 충전을 제공한다. 이 슈퍼차저는 지붕에 솔라시티에서 제공하는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 태양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 또 생산된 잉여 전력을 이용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애플은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이지만 여러모로 테슬라와 비교가 되는 경우가 많다. CEO인 엘론 머스크가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와 종종 비교 되기도 하고, 첨단 기술을 대하는 접근 방식이나 시장에의 영향력, 실제 이용 고객들의 제품 경험 등이 유사점으로 손꼽히는 부분이다. 아이폰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테슬라 전기차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분은 테슬라가 자동차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엘론 머스크는 현재의 흐름이 전기화, 자동화, 연결화로 흘러가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 흐름에 맞춰 테슬라는 탈 것이나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를 대하지 않고, 움직이는 네트워크 컴퓨터로 자동차에 접근하고 있다. 시스템이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데 머물지 않고 동등한 수준 이상으로, 시스템 전체를 하나로 통합한다. .또 네트워크와 연결하여 원격에서 관리하고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을 사용자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사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방식도 애플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부품의 상당수를 아웃소싱 하고 있어 각각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개발된다. 때문에 시스템 전체를 하나로 통일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대부분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거나 통제 하에 두고 있어 시스템의 통합이 가능하다. 그 결과, 테슬라 전기차 이용자들은 언제나 최신의 기능을 최신의 상태로 차고 안에서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 테슬라는 적어도 1년에 두 번씩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테슬라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들처럼 영업소에서 딜러를 통해 판매하지 않고, 마치 최신 IT 기기처럼 애플스토어와 같은 전문 매장이나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보면 테슬라의 최대 강점은 배터리나 충전 인프라 등의 어느 한 기술적인 요소가 아니라 전기차라는 제품을 기존 업체들과는 다르게 사고의 전환을 통해 처음부터 새롭게 정의했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파격적인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동하는 컴퓨터로서 시스템을 통합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통해 기가팩토리와 솔라시티 등을 구축하는 지금의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2017년 1월 24일 화요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진단 ①

[중국은 왜 전자상거래 육성에 적극적인가?]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유통의 관리라는 측면이 강하다. 일부 공공재를 제외하고 정부가 유통에 관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수확대 때문이다. 부가가치(중국의 경우는 증치세)를 찾아내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려는 것.

유통업자가 어떤 상품을 99(구매가격 90원 매입부가세 9)에 사서 110(판매가 100원 매출부가세 10)에 판다면 10원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유통업자는 이 부가가치 중 10%1원을 부가가치세로 낸다. 정부 입장에서는 유통거래를 알면 알수록 세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거래는 아직도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져 정부는 실제 유통규모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물론 최근 신용카드 사업의 성 단위 개방이 신용거래가 커지는 데 일조하겠지만 그 속도가 만족할 만큼 높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상거래의 등장은 중국 정부에게 엄청난 기회 요소가 되고 있다. 지불방식이 전자화폐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는 쉽게 정부의 관리하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이뤄낸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내수 진작이 시급하다. 소비를 진작하려면 중국 구석구석까지 탄탄한 유통망을 구축해야 하는 데 가장 비용이 덜 드는 유통망이 바로 전자상거래인 것이다.

중국은 1선 도시(중국 해안가 대도시, 중국은 인구와 도시개발 정도에 따라 1~5선 도시로 구분하고 있다)를 중심으로 한 유통의 성장은 눈부시지만 2선이나 농촌의 유통망의 발전은 더딘 편이다. 낙후된 유통망이 소비를 통한 성장이 필요한 중국에겐 아킬레스건인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국 정부가 전자상거래를 육성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자상거래는 상품을 보관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송시스템이 갖춰지면 발전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유통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단기적인 소비진작을 위한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 바로 전자상거래라는 것. 더구나 전자상거래는 데이터를 통해 모든 거래를 분석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를 잘 활용하면 시장의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이 대응은 다시 소비를 늘리게 될 것이다.

둘째, 전자상거래 기반의 유통거래 정보는 유통수익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높여준다. 제조기업은 물론 유통기업까지 매출에 대한 기록을 확보할 수 있어 세원을 손쉽게 포착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세금이 바로 중국의 증치세다.

일반적인 제조 상품의 증치세는 17%인데 많은 기업이 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현금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는 모든 거래가 신용을 기반으로 이뤄지므로 증치세를 피할 수 없다. 그만큼 정부의 세수가 증가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더해 진정한 빅 브라더로서 인민들의 삶을 관리, 통제할 데이터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한국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중국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구매활동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전자상거래 육성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이러한 중국의 정책의지를 가장 잘 뒷받침하고 있는 곳이 바로 알리바바(阿里巴巴, Alibaba). 그렇기 때문에 알리바바를 잘 들여다보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 EC시장 황제, 알리바바

기업 간(B2B), 기업대소비자(B2C), 소비자 간(C2C) 거래를 모두 포함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를 보면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기업 간 거래의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2015)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18조 위안(3100조원) 72.1%B2B가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인터넷 쇼핑(B2C, C2C) 규모는 겨우 38000억위안(650조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 보면 지난해 한국의 인터넷 쇼핑 시장 40조원의 16배 이상이나 되는 거대시장이다.

인터넷 쇼핑 시장 중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를 타오바오와 같은 C2C 거래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티몰, 진동과 같은 B2C 쇼핑몰 시장이다. 이중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타오바오와 티몰은 전체 온라인 쇼핑시장의 78%3조 위안(500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2015년 기준). 특히 타오바오는 C2C 시장의 81.9%, 티몰은 B2C 시장의 58%를 점유할 만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알리바바그룹 인터넷 쇼핑몰 두 개가 중국 전체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 중 타오바오는 중국의 인터넷 쇼핑시장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표적인 C2C몰이다. 중국에 새로운 형태의 쇼핑몰(B2C)이 등장하기 전까지 타오바오는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를 주도하면서 중국 인터넷 쇼핑 시장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의 전자상거래 성장단계를 살펴보자.

초기단계(1993~2002)

1993전자상거래란 개념을 처음 도입한 중국 정부는 1997중국 상품주문 시스템(CGOC)’, ‘상품교역센터(CCEC)’ 등 전자상거래 프로젝트를 잇따라 실행했다. 이에 따라 관련 도메인과 웹사이트도 급증했다. 2000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인터넷 사용자는 1000만 명에 불고했고 대부분은 메일과 뉴스를 보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중국 첫 온라인 쇼핑몰, 8848이 등장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 미성숙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성장단계(2003~2010)

2003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염병 사스의 공포는 온라인 쇼핑 성장의 계기가 됐다. 알리바바, 타오바오, 땅땅망, 후이충망 등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모두 이 시기에 등장했고 전자상거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단계에서 쇼핑몰의 기초 환경이 마련됐고 물류, 지불, 신뢰 등에서 기본적인 합의점을 찾았다. 인터넷 사용자 수도 급증했고 쇼핑몰도 크게 늘어났다.

성숙단계(2010~)

이 시기 전자상거래 시장은 상품이 다양해지고 안정적이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12년 온라인구매 시장이 1조 위안을 넘어섰고 2013년 중국 소비자들의 해외상품에 대한 선호로 해외상품 판매가 이뤄짐에 따라 온라인 시장 규모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2014년에는 온라인 구매 시장이 28000억 위안까지 치솟았다. 전체 소비시장의 10%를 넘어설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또 이 시기 B2C 모델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많은 전통기업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이 중에서도 알리바바 계열사인 티몰(, T-mall)이 타오바오의 성공을 기반으로 손 쉽게 온라인 시장을 거머쥐었다. 즉 티몰의 성공은 많은 부분 타오바오(, Taobao)가 이미 만들어 놓은 기반 위에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타오바오가 시장에서 어떻게 압도적인 위치를 갖게 됐는지 알아보자. 타오바오의 사업모델은 우리나라의 오픈마켓과 비슷한 C2C로 큰 투자 없이 많은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만 하므로 자체 투자가 거의 필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기 타오바오의 무료 수수료 전략은 많은 공급자를 인터넷 상의 시장에 모이게 했고 이 과정에서 빠른 성장과 규모를 만들어냈다. 수수료 무료를 시행한 지 20일만에 1만여 명이 등록했고 2008년에는 회원수가 9800만 명이 됐다. 그 결과 타오바오는 중국 및 아시아 최대규모의 오픈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먼저 시장에 진입해 시장을 선점한 것만으로 타오바오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타오바오는 시장에 먼저 발을 들여놓았을 뿐만 아니라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오바오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알리페이(, Alipay)와 알리왕왕(阿里旺, Aliwangwang)이다. 타오바오가 온라인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중국에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온라인 뱅킹 사용도 어려운 환경이었다. 타오바오는 이러한 환경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결제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 제 3자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도입했다.

구매자가 알리페이 계정을 만들어 상품결제를 하면 대금을 임시로 갖고 있다가 배송 완료를 확인 후 판매자에게 지급해 주는 것. 알리페이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이익과 거래를 보증해주는 역할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았고 지금은 중국 내 거의 모든 쇼핑몰 결제에 사용되는 중국의 국민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알리왕왕은 많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채팅프로그램이다. 당시 다른 쇼핑몰은 Q&A게시판으로 고객상담을 했지만 타오바오는 자체 채팅프로그램인 알리왕왕을 통해 실시간 상담을 제공했다. 궁금증과 불안함이 많은 초기 온라인 구매자에게는 매우 장성맞춤인 서비스였던 셈.

거기에 음성, 영상 등 채팅기능과 새 상품 알림 기능, 다자 간 채팅, 거래 알림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외에 상품종류의 다양성, 폭넓은 가격 선택의 가능성, 실명인증 제도와 신용등급평가제도 등 선두주자로서의 서비스들은 타오바오가 1위 자리를 지키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됐다.

타오바오의 성공은 중국 전자상거래의 성공으로 보야 할 것이다. 알리바바가 B2B 플랫폼으로 기업 간의 거래를 왕성하게 만들어주었다면 타오바오는 C2C로 민간의 거래를 활성화시켜주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담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 오픈마켓이 갖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됨에 따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인터넷이라는,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공간이 충분한 신뢰가 확립되지 못한 중국상거래의 주무대가 됨에 따라 편리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