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6일 목요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진단 ③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는 중국의 전문몰]


특별한 종류의 상품에 집중하는 전문몰을 버티컬 몰이라고 한다. 이 버티컬 몰은 특정 상품만을 취급,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배송해 종합몰인 징동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 버티컬 몰의 신뢰확보 방안은 취급하는 상품품목에 따라 다양하다.

버티컬 몰의 예를 통해 그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중국의 버티컬 몰 중 하나인 벤라이(본래 생활)는 식료품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사람들이 먹는 제품이라서 소비자들은 안전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식품이든 먹어도 안전한가란 물음에 확실하게 물론이라고 답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측면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벤라이는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식품안전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신뢰를 얻고 있다.


이 회사의 콜드체인 배송은 각 식품의 특정을 고려해 영양소 파괴와 수분증발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냉장(0~4)과 냉동(~-18)을 구분해 배송해준다. 특별 포장은 8시간 동안 지속되고 배달직원들은 상품의 식별은 물론 보관 방법과 영양 지식 등을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벤라이의 세심한 배려는 포장에서도 나타난다. 아이스 박스 안에 얼음과 함께 개별 포장하는데, 포장지에서 나오는 발안물질이 식료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PE(폴리에틸렌)PVC(폴리염화비닐) 소재의 포장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모든 농산물에 대해 43개 항목의 자체검사를 함으로써 인체에 유해한 농약중금속, 화학 물질을 철저하게 차단한 안전한 식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지우시앤왕(.)은 술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중국 최대 주류 온라인몰로 전체 주류 거래의 60%를 차지하는 곳이다. 주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다 보니 병이 깨지지 않게 2중 포장을 하는 등 포장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심지어 캔맥주도 에어백에 담아 배송한다. 맥주를 그냥 종이박스로 포장해 배달하는 종합쇼핑몰 1호점(1.)과는 분명한 차이가 나는 배송서비스다.

두 쇼핑몰 모두에서 술을 사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다음에 술을 살 때는 지우시앤왕을 선택할 확률이 크다. 이러한 지우시앤왕의 차별화된 안전배송이 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재구매로 이끌고 있다.

화장품 전문몰인 쥐메이(聚美.)정품보증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화장품 브랜드마다 판매 라이선스를 증명하는 수권서를 첨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었고 징동처럼 모든 상품을 직접 매입 관리함으로써 가짜 상품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쥐메이는 또 많은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가짜 수권서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수권서 아래에 해당 기업의 사장 또는 담당자의 사진에 공식 파트너라는 글과 사인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어 업체 방문 사진과 MOU 체결 사진 등 정식 채널로서의 신뢰감을 높이는 다양한 이미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정품보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쥐메이가 신경을 많이 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쥐메이는 단 4년 만에 중국 최대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로 성장했다.


앞의 세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전문몰들은 자신들이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품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신뢰가 무엇인지 파악, 그에 맞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는 상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요구를 버티컬 몰이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노력은 자연히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고 결국 버티컬의 한계로 이어진다. 버티컬 몰은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의 상품재고를 확보하는 한편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버티컬 몰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다. 쥐메이의 사례가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다양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쥐메이는 제3자 기업의 입점을 허용하고 해외 직구 상품을 취급하게 됐다. 그 결과, 쥐메이가 현실적으로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품이 늘어나게 됐고 가짜 상품이 유통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는 다시 쥐메이의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쥐메이는 오픈마켓의 비중을 큰 폭으로 줄여 직접 화장품을 거래했는데 제 3자가 물건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짝퉁 등장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위조방지 바코드를 각 화장품 브랜드마다 부착하도록 해 짝퉁의 뿌리를 뽑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아가 쥐메이는 체험형 매장을 개설, 소비자가 100% 정품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체험형 매장을 통해 제품의 진품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들의 정품 보장에 대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쥐메이는 입점몰의 폐쇄, 100만 위안 보상정책 등 가짜 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했지만 이미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았고 모든 상품의 직접관리로 인한 비용증대는 결국 수익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자 한때 미국 나스닥 상장의 신화로 불렸던 쥐메이는 상장이 폐지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쥐메이의 신뢰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에는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거래 규모가 아마존이나 징동 정도로 크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인프라 투자를 합리화시킬 수 있지만, 쥐메이처럼 버티컬로 접근하면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쥐메이가 취급하는 화장품은 상품의 특성상 모든 제품의 재고를 보유해 자체 유통을 하는게 진품을 보장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버티컬 몰이 생존하려면 그 상품에 적합한 유통방법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 시장이기에 버티컬 쇼핑몰의 등장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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