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지난 3월 31일
테슬라의 네 번째 모델이자 첫 번째 보급형 모델인 모델3가 공개됐다.
기본 가격이 35,000불로 기존 모델에 비해 약 절반 가격인 이 모델에 대해 Elon Musk는 이 자동차가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개 후 일주일, 2017년 말 출시로 출시일이 아직 18개월도
더 남아 있는 제품에 사람들은 선주문 325,000대라는 놀라운 수치로 이 이야기가 단순한 허풍이 아닐
것임을 보여주었다. 2008년 첫 모델을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총 생산대수 120,000대를 조금 넘긴 테슬라의 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성공한다면 이 도전은 상용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테슬라는 전기차의 시대를 상당히 앞당겼다. 모두가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할 때 모델S를 통해서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 이상의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보여줬고, 모델X를 통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넉넉한 실내공간과 파워 그리고 오토파일럿과
같은 최첨단 기능들을 보여주었다. 테슬라는 애플처럼 자동차계의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차는 여전히 미래의 자동차이다. 부족한
인프라도 문제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일 것이다. 심리적으로 가까이 다가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테슬라는 너무 비싸다. 보급형이라고 불리는 모델3의
도전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모델3의 성공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충전과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이다. 테슬라가 이전 모델들로 충분히 해결했다고 보여줬던 충전과 주행거리 문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테슬라의 기존의 두 모델과 모델3가 타겟하는 고객군이 다르다고 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델3의 초기 고객은 모델S나 모델X과 그다지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20년 목표인 연간
50만이라는 생산설비와 약간의 옵션을 추가했을 때 4만불에 달하는 가격대가 추구하는 대상은
현재 BMW의 3시리즈나
Benz의 C클래스 시장이라 봐야 한다면 기존의 모델과 모델3의 시장은 명확히 틀리다. 한국에서 동일한 브랜드는 소나타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행거리 이슈로 돌아가면 모델3의 예상 주행거리인 346km는 분명 짧은 거리는 아니다. 단지 문제는 이 타겟 고객들이 기존의 고객과 달리 개인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정용 충전시설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분명코 야간에 가정용 충전시설로 8~9시간
정도를 충전하면 테슬라 모델3는 346km을 주행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된다. 하지만 별도의 가라지나 충전시설이 완비된 주차장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충전의 이슈는 다시 소비자의 마음 속에 불안요소로 남게 된다. 즉, 초기 고객군에서 Mainstream 고객으로 진화하는데 틈새(Chasm)가 명시적으로 존재한다. 모델3는 기존 테슬라가 추구했던 안전하고 빠르고 안락한 고급 대중승용차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갖고 있었던 기존의 문제, 즉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을 다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슈퍼차저는 그런 맥락에서의 안심요소였다. 모델S와 X에게 평생무료를 지향하는 슈퍼차저는 현재 613개의 장소에서 3628개의 차저(16년 4월 현재)를 제공하고
있다. 무료라는 이미지와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급속충전소의 이미지는 고급모델의 충분한 주행거리와 함께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을 거의 완전히 불식시켰던 요소였다. 하지만 이 역시 고급시장에서는 이미지로 제공된
요소였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즉 비상용이거나 여행을 위한 충전설비였다. 비록 30분이면 270km 주행거리를
충전할 수 있지만 여전히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바쁜 도시인에게 즐거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급형 시장을 놓고 보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자택에서의
혹은 사무실에서의 Overnight 충전이 불가능할 경우, 혹은
어려울 경우, 급속충전 스테이션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해 보인다.
Elon Musk는 모델3 발표와 함께 내년까지 슈퍼차저의 숫자를 2배로, Wall Connector의 숫자를 5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보급형 모델의 슈퍼차저 충전시의 무료정책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보급형
시장까지 무료로 제공할 경우, 테슬라의 충전플랫폼으로서의 미래가 사라지기에 무료제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가오는 가까운 미래의 충전은 기존의 태양광 충전만으로 어려울 수 있기에 기존 전력사업자와의 계통연계가 필요할
것이고 원가는 제로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전소의 존재는 보급형 모델의 매력을 올려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즉 나의 집 근처에 위치한 충전소의 존재가 테슬라를 선택하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도 모델3의 예약이 가능하면서
슈퍼차저의 제공 여부가 큰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우선 서울, 부산, 제주, 평창 등에 총 7개를 제공한다고 한다. 태양광 충전이 쉽지 않은 국내 여건상 테슬라가 어떤 형태로 급속충전소를 제공할 지 지켜볼 일이다.
테슬라가 시장선점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는 생산능력이다. 조만간
있을 모델3의 파트2 공개 때까지 적어도 5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의 사전주문 열기는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이 열기가 가져다 주는 부담감 또한 적지 않다. 2017년 말 즉 지금부터 18개월 내에 테슬라는 기존의 생산능력인 분기당 15,000~16,000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며 2020년까지 목표한 연간 50만대
생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58%에 달하는 생산 성장율을 보여야만 한다. 그렇게 최소 6배 이상인 분기당
10만대의 생산량이 달성되어도 일주일간의 사전 주문량인 30만대를 소화하는데 3분기 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기차가 갖는 생산의 용이성과 미국 Fremont 공장의 생산설비나 생산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가정하에도 분기당 10만대의 생산량을 달성함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해야 하는 배터리의 공급이다.
2017년 모델3의 출시와 더불어 부분 가동을 시작하고 2020년 풀 가동 예정인 기가팩토리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이다. 연간 5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으로 전기차 5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테슬라가 2020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고 발표한 근거도 기가팩토리의 규모에 있다. 기가팩토리가 가동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이 약 30% 정도 낮아질 수 있는데 발표된 모델3의
가격은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배터리 사재기와 같은 악재로 리튬의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한 해 전세계 생산량을 뛰어넘는 50GWh의 배터리 생산과 기대치인 30%의 가격 하락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테슬라는 기존의 두 모델을 출시함에 있어 언제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모델X의 경우는 첫 예정일에서 18개월이나 늦어졌다. 하지만 그 사실에 아무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만큼
만들어진 제품의 품질이 기대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Musk는
"고객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는 제품을 내놓느니 수익을 포기하는 게 더 낫다"라고도
말했다. 그래서 시장은 테슬라가 모델3에 있어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심지어 이미 2017년 말이
아니라 2018년 출시라는 소문이 나오는 실정이다. 문제는
모델3가 기존의 고객과는 다른 고객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또 기존 모델 대비 특별한 "와우"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모델S가 포르쉐 이상의 제로백을 보였고 모델X가 팰콘윙과 어마어마한 적재 능력을 보인 것과 달리 모델3는 비록
오토파일럿과 같은 첨단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냥 밋밋한 346km를 가는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테슬라에 전기차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왠지 모델3는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닌 사실이다.
또 다른 맥락에서 테슬라 모델3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경쟁자들이다. 기존의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고 있고 테슬라의 성공 방정식을 이미 보고
학습한 경쟁자들이 주행거리를 늘린 경쟁제품을 2017년에 만들어낸다면 테슬라의 모델3가 갖는 매력은 많이 감소할 것이다. 현재 Nissan의 Leaf SV 모델은
34,200불이라는 가격에 172km라는 주행거리를 보이고 있다. 이는 3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상태에서의 주행거리로
테슬라처럼 대용량 배터리를 저렴하게 장착이 가능하다면 모델3와의
경쟁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Nissan의 Leaf는 이미 20만대 이상을 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기에 이제 생산을
시작한 테슬라와의 경쟁에 있어서 모델3의 출시가 시작되는 2017년
말에 모델3를 상대할 만한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Nissan은 2018년에
190~240km 주행거리를 가지는 모델 출시를 발표했다. 그리고 Nissan이 가능하다면 I Series를 만들어내고 있는 BMW도 Benz도 가능하다.
테슬라가 촉발한 보급형 전기차 경쟁은 분명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아젠다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2017년 말 모델3가 출시되고 2020년까지 테슬라의 약속대로 연간 50만대의 생산설비의 구축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그의 경쟁자들이 이에 필적할만한 경쟁제품을 시장에 쏟아내기 시작한다면 2018년 자동차 시장에서의 관심의 촛점이 전기차 즉 EV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즉 아이폰이 출시되고 시장이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던 2007년의 상황과 그다지 틀려 보이지 않는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타났던 OS의 진화와 같이 새로운 제품이 기존의 제품을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EV를 기반으로 한 환경에 대한 규제와 자율주행, 혹은 스마트카와 같은 진화는 분명코 나타날 것이다.
알파고가 AI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에 대한 정책을 정부는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AI에 대한 산업은 존재하지
않고, 자동차 산업이 전체 GDP에 기여하는 바는 10%를 상회한다. 모든 상황이 예상대로 돌아간다면 2년, 그렇지 않더라도 3~4년
내에 전기차는 스마트폰이 만들어냈던 시장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내제하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한국의
현대, 기아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이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전기차에 대한 정책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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