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변전소는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혐오시설로 인식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과학적으로 영향력이 적다는 실험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자파 등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고 특히나 시각적 혐오감이나 소음 등은 지역 주민들이 변전소를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렇다고 수용가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변전소를 건설하면 송전선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어 한전 입장에서는 큰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게 되며, 거리에 따른 전압강하로 인해 양질의 전력을 수용가에 제공하기 어려운 문제점들도 발생하게 된다.
이에 실질적으로 주민 친화적인 변전소는 만들 수 없겠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를 줄일 수 있을 변전소 적용 가능한 몇몇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 해당 모델들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활용한 플랫폼적 사고를 바탕으로 모델링을 시도하였다.
1. 플랫폼이란?
어원사전에 따르면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540년대로, ‘행동, 책략, 의도에 대한 일련의 계획’이란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평평한(Plat) 형태(Forme)라는 의미의 고대 프랑스어의 조합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즉, 플랫폼은 평평한 형태의 공정한 장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동, 책략, 의도에 대한 계획들’을 의미했으며, 후에는 더 나아가 이 계획들이 실행될 수 있는 기반 혹은 장소를 의미하게 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플랫폼 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행동과 책략, 그리고 의도란 무엇을 의미할까? 플랫폼이란 단어에서 가장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기차 승강장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고, 또 내리고, 기차에 타기 전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하며, 표를 구매하기도 하고, 지인을 배웅하기도 하고, 매점에서 신문을 사 읽기도 한다. 이처럼 플랫폼은 다양한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에 더해 이 기반을 보완할 수 있는 파생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 및 첨가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같은 의미를 바탕으로 플랫폼은 그 의미를 확장하여 컴퓨터나 자동차 등에서 기반을 구성하는 프레임을 의미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오늘날에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플랫폼이라는 개념의 정의는 꽤나 느슨한 편이다. 플랫폼의 형태에는 한계가 없다. 한 편으로는 많은 이들이 모여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도 일종의 플랫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독자와 필자, 광고주 각자의 니즈가 모인 신문 역시 플랫폼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참여자들이 한 장소에 모여 각자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이든지 모두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은 많은 이들을 모이게 하는 거점이 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중심이 되며,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며, 이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거래와 활동들이 이 플랫폼의 가치를 증진시킨다.
이러한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비즈니스 모델로 적용해 두드러지는 결과를 이루어낸 기업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들을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특징은 ‘업의 본질’을 재정의 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사가 속해있는 산업군 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던 시장의 룰을 깨고 새로운 방식을 제안해냈다. 기존의 룰을 따르는 순응자가 되기보다는 기존의 시장을 해체하고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했으며, 이에 맞게 시장을 재구성했다. 판도가 바뀐 시장에서는 당연히 변화를 주도한 자가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이 만든 시장에서 직접 플레이어가 되지 않고 시장 자체를 운영하였다. 플레이어로 참여한다는 것은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고, 플랫폼 기업의 높은 기업 가치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기에 보장되는 영속성에 기인한다. 플랫폼 기업이 새로이 만들어 낸 장이 시장에서 인정받아 성립되면 많은 플레이어들이 플랫폼에 참여하여 경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지위는 자연스레 공고해지게 된다.
FIFA를 생각해보자. FIFA는 월드컵이라는 새로운 축구시합장을 만들어 많은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경기결과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보다 많은 수익금을 가져가게 된다.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이나 프랑스가 많은 수익금을 가져갈 수 있지만 이 국가들이 다음 경기에 좋은 결과를 갖는다는 보장은 없다. 즉 현재 매출이 많은 기업과도 같다. FIFA는 시합에 참여하지 않고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일정 수익을 보장받는다. 이것이 플랫폼이다.
두 번째 특징은 ‘개방’을 통한 협력에 있다. 그 기업들은 문을 닫고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자원을 개방하고 공유하여 보다 많은 이들의 접근이 가능해지도록 만들었다. 모든 것을 제 손 위에 올려두고 싶어 했던 기존의 기업들과는 달랐던 그들의 행보는 다양한 이들의 참여를 통해 기업의 창의성과 확장성을 키울 수 있게 했다. 사실 개방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큰 시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포기이다. 즉 큰 시장을 갖기 위해서는 내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시장 장악력을 얻을 수 있었다. 개방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통해 그 들은 작은 시장에서 만들어낸 독점적 지위를 전 세계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검색을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얻었고 페이스북은 핵심자신인 인적 네트워크를 공개함으로써 시장을 얻었다. 아마존 역시 아직은 정상적으로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유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제품 구색의 확보를 위해 모든 제품에 대한 개방을 시도하였고, 그 결과로 어마어마한 시장 장악력을 얻었다. 심지어 전기차 개발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자체 충전플랫폼인 슈퍼차저(Supercharger)라는 충전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자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관련 특허들을 공개하였다. 경쟁자들에게 문을 활짝 연 것이다.
마지막 특징은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있다. 혜성같이 등장한 이 플랫폼 기업들이 기존의 닷컴버블 시대의 기업들과 같이 일종의 유행으로 치부되지 않고, 안정성을 갖춘 기업으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이유는 그 기업들의 비전 속에 담겨 있는 인류 보편의 가치에 있다. 모두가 공감할만한 가치의 추구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에 기여한다.
그 결과 플랫폼 기업들은 독점성을 갖되, 독점으로 이해되지 않게 되었다. 시장에서 독점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이루어져왔다. 특정 기술이나 표준을 장악하여 진입장벽을 쌓는 기업도 있었고, 경쟁자를 없애버림으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독점은 시장규제나 정부의 개입 등을 통해 해소되고 경쟁이 도입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플랫폼 기업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가 독점기업이다. 구글의 검색이 그러하고, 페이스북, 아마존, 심지어 우버도 점차 시장을 독점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구글의 검색서비스가 유럽에서 독과점 규제를 받기 시작한 것(약간은 비상식적이다)을 제외하고 어떤 정부도 이들 기업에게 독점에 대한 규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의 모습은 공급자적 독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독점은 하나의 기업이 공급을 독점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이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에 제공되는 효용대비 가격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즉 독점이 비효율을 만들어내기에 규제가 가해진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독점은 독점을 통해 효율이 상승한다. 모든 검색이 구글을 통해 이루어질수록 검색결과는 풍성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모일수록 인간관계는 윤택해진다. 아마존에서 모든 공급자와 소비자가 모일수록 상거래는 편리성이 상승한다. 즉 플랫폼 기업의 거대화를 통한 독점은 기존 독점이 가져왔던 비효율이 아니라 품질의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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