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8일 수요일

전기차 충전방식 비교 ③ "규격을 넘어.. 예고된 흐름"

앞서 살펴 본 급속충전 규격들에도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을 규격에서 제시하고 있는 최대출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전기차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최대 주행거리 문제와 긴 충전시간이었다. 이 중 최대 주행거리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증가와 가격의 하락으로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는 추세이다. 테슬라 이전의 1세대 전기차들의 배터리 용량은 보통 20kWh 이하였다. 가격도 문제였고, 무게도 문제였다. 그래서 최대 주행거리가 고작 120km 이하였다. 하지만 테슬라 이후 고용량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급형도 60kWh 배터리를 장착하기 시작했고, 테슬라 모델 S는 최대 100kWh 용량의 배터리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그래서 최대 주행거리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에 견줄만한 500km 이상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의 증가 속도를 충전속도가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 최대 50kW 출력을 지원하는 급속충전기(최근 규격의 업데이트로 각 규격들의 최대 출력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긴 하다) 100kWh 배터리의 테슬라 모델 S를 완충하기 위해서는 2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완속충전기로 충전할 경우에는 밤을 세워도 모자를 지경이다.

그런 이유로 테슬라를 비롯해 고용량 배터리를 장착하기 시작한 전기차 메이커들은 표준규격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독자적인 자체 충전규격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호환성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적당한 어댑터를 통해 하위 호환은 충분히 가능하니 우선은 속도를 높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일 것이다. 가장 먼저 독자 규격을 들고 나온 테슬라의 경우, 급속충전뿐만 아니라 완속충전 조차도 자체 규격을 이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인 로드스터를 출시하면서 자체 완속충전 규격을 도입하여 최대 16.8kW의 출력을 지원했다. 이후 모델 S와 모델 X를 출시하면서는 최대 20kW 출력을 지원하는 월 커넥터를 제공하고 있다. 급속충전 분야에서의 행보는 더욱 독보적이다. 테슬라는 급속충전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최대 120kW 출력을 지원하는 독자적인 급속충전 규격인 슈퍼차저(Supercharger)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존 규격에 비해 약 2.5배 가량 빠른 슈퍼차저는 충전소 지붕에 솔라시티(Solarcity)에서 제공하는 태양광 집열판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며, 기존 테슬라 고객들에게는 평생 무료로 제공된다.

2012 9월 공개되어 처음에는 75kW 출력을 지원했으나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는 120kW 출력을 지원한다. 우선은 모델 S의 내부회로 한계인 135kW(380V 350A)까지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미국에만 800 곳 이상에 5,000기 이상이 설치되어 있다. 확장 보급 계획은 지금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에도 조금씩 보급되고 있는 추세이다. 2017년 한국에도 테슬라가 진출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5곳에 슈퍼차저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테슬라는 집 안과 밖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충전 방법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휴대용 모바일 커넥터는 물론, 어댑터를 이용해 공공 충전소에서도 충전이 가능하고 슈퍼차저를 제공하기 어려운 장소들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월 커넥터를 업소들에 제공하는 형태인 데스티네이션 충전소(호텔이나 시내 주차장, 음식점, 쇼핑몰 등 다양한 업소들이 대상)들을 넓게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테슬라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충전인프라까지 직접 구축함으로써 실질적인 End to End를 구현하고 있다. 게다가 여기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테슬라가 직접 제조하고 있는 가정용·산업용 ESS인 파워월이나 파워팩, 리튬이온 배터리를 더욱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기가팩토리(Gigafactory), 태양광 패널을 개발·생산하며 대여사업을 펼치고 있는 솔라시티 등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End to End를 넘어서 궁극적으로 선순환하는 에너지 생태계의 구축, 그것이 현재 테슬라의 비전이자 미래일 것이다.


테슬라 외에도 벤츠는 150kWh 배터리를 탑재한 컨셉 전기차를 공개하며 5분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속충전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포스쉐는 전기차 미션 E’를 발표하면서 15분 충전에 80%가 충전되어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충전 기능을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폭스바겐은 모듈형 플랫폼인 MEB(Modular Electric Drive Kit) 기반의 컨셉 전기차 버디(BUDD-e)’를 발표하면서 최장 533km를 주행 가능한 배터리를 30분만에 80% 충전시킬 수 있는 충전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아우디는 95kWh 배터리를 15분만에 완충할 수 있는 충전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하였다. 테슬라 역시 조만간 지금의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3세대 슈퍼차저를 공개하겠다고 하였다. 모두들 제각각 표준을 넘어선 고속충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미 테스트를 마치고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는 15초만에 충전이 가능한 트롤리 전기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전력 및 자동화 전문기업인 ABBTOSA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는 전력을 계류장과 정류장에서 충전하는 시스템으로 계류장에서 장시간 충전 후 운행 중 정차하는 정류장에서 15초가량 충전하면서 필요한 전력을 얻어 운행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충전은 600kW급으로 제공되며 정거장에서는 15, 종착지인 계류장에서는 3~4분 내에 배터리가 완충된다. 운행 중 전력을 충전하기 때문에 대용량 전기가 필요 없고 이 덕분에 탑승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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