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전기차 동향
(1) 판매 동향
전기차는 그 동안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누적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약 70만대로 전체 승용차의 0.08%에 불과했으며 올해 9월이 되어서야 누적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 섰다. 2010년 쉐보레 볼트와 닛산 리프가 전기차 시장을 열고 거의 5년 만이었다.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판매 대수가 9,000만대 임에 비교하면 상당히 초라한 수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판매량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에만 20만대를 판매했으며 50만대를 넘어선 지 약 1년 2개월만에 100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2020년까지 해마다 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13년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는 약 8,300만대였으며 2020년에는 약 1억 1,700만대 정도로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그 중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 판매 비중은 2013년에 약 0.1% 정도였지만, 2020년에 11.9% 정도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과도기적 모델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Hybrid Electric Vehicle) 비중인 9.1%보다 높은 수치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2013년 상반기에 판매된 35만대의 전기차 중 HEV는 86%인 30만대였다. 이러한 성장의 이유는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ZEV) 판매 의무화 정책이나 소위 테슬라 효과로 인한 전기차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인 시선 그리고 지구 온난화와 배기가스 등에 대항한 환경 규제, 각 정부의 정책 보조금 등의 영향일 것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4년 전기차 세계 판매량은 전년도 대비 약 53% 증가한 30만대였다. 이 중 60% 이상이 배터리 전기차이며 이는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 주도로 아시아 시장이 급부상 중이며 1, 2위인 미국과 중국이 전체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약 46만대 이상의 판매가 예상되며 미국이 36%, 유럽이 27%, 중국이 24%가 예상되고 있다. 2013년 한해 판매량이 19,000대에 불과했던 중국은 공격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2014년에는 70,000대를 판매하여 세계 판매 2위로 급부상 하였고 2015년에는 약 11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으며 판매량 1위인 미국 역시 2014년 처음으로 10만대 판매를 넘긴 이후 올해는 16만대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제조 메이커로는 시장 형성 초기에는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전문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여 닛산과 미쯔비시, 테슬라의 3파전의 양상을 보였으나 내년부터는 대형 완성차 업체들의 진입으로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 메이커 동향
2014년 기어코 자동차 세계 판매량 1위를 달성한 폭스바겐에게 그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015년 디젤게이트라고 불리는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장치 파문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이 디젤차에서 등을 돌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친환경성과 높은 연비가 강점으로 꼽혔던 디젤차가 하루아침에 유해물질 배출의 주범으로 몰리게 되면서 일부에선 아예 퇴출 대상으로까지 거명되고 있는 것이다. 디젤차는 휘발유 차량과 비교해 온실가스인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적지만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의 배출량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오랫동안 탄소배출 저감만을 중시한 당국의 정책의 결과로 디젤차는 유럽 당국과 소비자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아왔고 그 결과 현재 유럽에선 자동차 판매량의 거의 절반이 디젤차이며 폭스바겐은 세계 판매량 1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배기가스 조작 실상이 들어난 폭스바겐은 디젤 중심의 사업구조를 전환해야 할 당위성이 생겼으며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전기차로 넘어가는 것이다. 실제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2020년까지 20여종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를 개발해 전기차로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소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그룹 내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와 대중 브랜드인 스코다 등 사이에서 플랫폼을 공유하고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도 공통화해 개발 및 생산 비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일본계 완성차 업체 중에서 가장 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인 닛산은 세계 최초의 양산 전기차인 리프(Leaf)를 통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만 연간 1만대 이상 꾸준히 판매를 하고 있다. 고급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에 비해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누적 20만대의 판매라는 글로벌 판매 1위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을 대폭 낮춰 가격 경쟁력이 일반 중형 승용차와 비슷할 정도로 급상승했으며, 내년도 모델부터는 배터리 용량을 24kWh에서 30kWh로 25%를 늘려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간격을 더욱 좁힐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의 개발에 집중해오던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도요타 환경 챌린지 2050’을 공개하면서 2050년까지 엔진 자동차를 완전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판매되는 모든 차량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배터리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삼성은 그룹의 주력이자 캐시-카우였던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지속되자 주력 업종을 전기차와 전자(IT), 바이오 등 3개 분야로 재편하는 구조조정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대부분을 직접 제조하기 위해 계열사별로 전기차 부품 연구개발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일본의 고성능 모터 제조 기업인 알파나테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전지사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SDI는 이미 중소형 배터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소형 2차전지 비중이 60%를 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기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전기차용 모터 제어를 위한 인버터 부품을 개발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기 때문에 앞으로 전기차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 동안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력 차종을 수소연료전지차로 삼고 전기차 개발에는 다소 소홀하였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2014년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기차 기술력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친환경차 제품군을 22개로 늘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2위에 진입하겠다는 ‘비전 2020’을 발표하였으며, 이 도전을 본격화하기 위해 내년 6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채택한 전기차(AE) 양산을 목표로 삼기도 하였다. 이 차량은 현대차가 처음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모델로 그 해 12월에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의 양산도 계획되어 있다.
자동차 메이커 이외에 IT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 구도를 그리려고 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자동차 기업인 GM, 도요타, 폭스바겐이 보유한 현금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현금 보유액을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혁신기업이며 패스트 팔로워 기업인 애플은 2019년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1,000여명의 배터리, 로봇, 전기차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타이탄’을 운영 중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차를 선택한 것이다. 아직 자율주행차인지 일반 전기차인지는 베일에 싸여있지만 작년에 이미 카플레이(Carplay)라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발표를 하였다. 자율주행차나 전기차는 구글이나 테슬라가 먼저 시작했지만 애플이 가장 잘 하는 것이 기존에 존재하는 기술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탈바꿈 시키고 컨텐츠와 디자인 감수성 등과 결합시켜 대중화를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3) 전기차 전문 대표 메이커
2003년 창립된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류 유도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 개발 기업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에 비해 작은 규모이지만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닛산과 양분하다시피 하며 급성장하여 현재의 기업 가치는 크라이슬러보다도 높고 시가총액은 GM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최근 1년 사이에는 주가가 7배 이상 성장하기도 하였다. 그 배경에는 뛰어난 기술력과 적절한 정부 보조금의 활용 그리고 틈새시장 활용과 사업 확장능력 등이 있을 것이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전통적인 문제점들을 나름의 독자적이며 공격적인 방식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최장 주행거리가 짧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한 파나소닉 원통형 18650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여 타사 대비 2~3배 이상인 최대 90kWh 용량의 대용량 배터리 팩을 채용하여 해결하였다. 이 배터리를 바탕으로 최근 발표한 모델X는 최장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긴 충전 시간 문제는 독자 규격인 최대 135kW급의 충전 서비스인 슈퍼차저를 통하여 해결해 나가고 있다. 기존 급속충전 규격인 최대 50kW와 비교하면 2.5배 이상 빠르게 충전이 가능하며 태양광 서비스 제공업체인 솔라시티의 태양광 패널을 통한 태양광 충전으로 테슬라 고객들에게는 평생 무료로 제공이 된다.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재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인 것이다. 솔라시티 역시 테슬라의 CEO인 일런 머스크가 CEO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전기차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더욱 낮추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인데 완공 시 지금보다 약 30% 가까이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이제 고성능 전기차의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가장 최근 발표한 모델X는 기존 전기차에서는 흔하지 않은 4륜 구동 크로스오버형 SUV로 무려 90kWh 용량의 배터리 팩을 장착하여 최장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최고속은 250km/h에 제로백은 무료 3.2초에 달한다. 최근에는 OTA(Over The Air)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부분 자동 주행 기능인 오토 파일럿 기능을 제공하는 등 최첨단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미국에 테슬라가 있다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시장이 활발한 중국에는 제 2의 테슬라가 불리는 비야디(BYD)가 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비야디 주식은 끝까지 가져간다”라는 말로도 알 수 있듯이 배터리 제조로부터 시작했던 비야디는 현재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중국을 넘어 미국, 영국으로 전기차를 수출하며 중국의 가장 눈에 띄는 전기차 제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포춘지가 선정한 ‘2015년 세상을 바꾼 혁신기업 50’에서 15위를 차지한 비야디는 배터리 제조 세계 2위까지 올랐던 배터리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3년 중국 국영기업인 친촨 자동차를 인수하며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에 주로 전기버스를 수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기버스인 K9은 미국, 독일, 영국 등 세계 100여 국가에서 운행 중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월 판매 대수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우버와 전기차 계약을 맺는 등 제 2의 테슬라에서 세계의 비야디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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