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3일 금요일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필요성

우리나라 정부는 2010년 그린카 기술 4대 강국 달성을 위한 국가적 목표를 설정하고, 2011년에는 10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전기차를 선정하여 2020년까지 순수전기차 100만대 보급,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목표와 너무도 달랐다.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정부 보조금 예산 제한 등의 다양한 이유들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더디었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10만대씩은 보급되었어야 할 전기차가 계획 발표 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총 2,000대도 보급되지 못했다.

연간 150만대 수준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목표와는 너무도 다르게, 연도별로 보면 11년에는 338, 12년에는 753대 그리고 13년에는 780대 수준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0.05%에 불과한 연간 1,000대 미만으로 판매되어 3년 총 누적 대수가 고작 1,871대였다. 게다가 과도기적인 모델로 보다 접근이 수월했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는, 출시를 위한 연비 인증 제도가 13년까지도 법제화되지 못하여 아예 판매가 되지도 못했다.

그 결과 2014년 말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당초 누적 100만대 보급 목표에서 2020년까지 20만대 보급 목표로 수정하여 상용화 시대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기차 상용화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전 100만대 보급 목표에서 냉엄한 현실을 반영해 대폭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달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일단은 전기차 보급에 대한 정책 드라이브를 계속 펼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이 수월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전기차 충전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과 긴 충전시간으로 전기차를 고려할 때 충전이라는 이슈는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문제인데 충전인프라마저 크게 부족하니 테슬라로 야기된 테슬라 이펙트로 전기차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에게도 구입은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게다가 한국의 대표적 주거형태인 집단주거형을 고려해보면 가정에서의 충전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전기차와 충전인프라는 여전히 치킨-에그 문제 속에 빠져있어 서로의 보급을 더디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충전인프라의 구축과 확산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어떻게 하면 충전인프라를 보다 빠르게, 보다 합리적으로, 보다 전기차라는 특성에 적합하게 보급을 할 수 있을까?

2015 8월 한전은 현대·기아차, KT, KDB자산운용, 비긴스 등과 함께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라는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위한 ‘한전 SPC’를 출범하였다. 200억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제주를 축으로 전국에 3,660기의 완속·급속 충전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전기차 보급에 있어 필수조건인 충전인프라의 보급 및 확산을 위해서 당연한 결정이다. 하지만 약 5개월이 지난 2016 1월까지 보급된 충전기 대수는 제주 지역에만 61기였으며, 2016년 올 1년 동안의 보급 계획도 제주 지역 80, 전국 지역 190기 수준이다. 당초 계획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게다가 충전 요금도 정부에서 공공 급속충전기의 충전 요금을 1kWh 313원으로 책정하면서 경쟁력 있는 요금의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이 비용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더 비싼 금액을 책정하기 어려운데, 인프라 구축이라는 특성상 투자비가 많이 들고 충전의 경우, 공공인프라의 성격이 강해 수익을 크게 책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충전량에 따른 정액제 멤버십 서비스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기존 룰을 답습하는 공급자적 접근 방식으로는 인프라의 보급 및 확산에 어려움이 있다. 공공인프라는 그 특성상 접근이 쉬운 곳 구석구석에 초기에 많은 수가 빠르게 퍼져있어야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한전이 직접 충전인프라를 보급하기 위해서 위와 같이 지속적으로 접근한다면 그 확산의 속도와 범위에는 분명히 제약이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투자비는 요금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공공인프라라는 특성과 전기라는 소재가 갖는 특징에 어울리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7년 2월 2일 목요일

배터리의 기술 발전 동향

배터리는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다. 과거 납축전지를 사용할 당시에도 그랬고, 요즘처럼 리튬 계열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다. 물론 리튬이온 배터리가 납축전지에 비해 6배 가까운 에너지 밀도를 가지게 되면서 내연기관과 경쟁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가격은 비싸고, 무게는 무겁고, 화석연료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에너지 밀도는 부족하며 폭발에 대한 위험을 가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대략 차량 가격의 50% 정도가 배터리 가격이라고 얘기한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1kWh에 약 500불 정도이며, 무게는 약 7kg정도(1kg 150Wh 수준)이다. 만약 테슬라 모델S 처럼 100kWh 배터리를 적용한다면 배터리 가격만 5만불이라는 엄청난 가격(물론 테슬라가 사용하는 배터리는 1kWh 200불 이하이다)에 무게도 700kg이 된다. 그런 이유로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존 1세대 전기차는 20kWh 이하의 배터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테슬라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단점들은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테슬라는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 중에서도 에너지 밀도는 20~30% 정도 높지만 가격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한 파나소닉 원통형 18650 리튬이온 배터리 수천 개를 직병렬로 연결해 사용한다. 이를 통해 타제조사들은 1kWh 500~600불로 배터리팩을 생산할 때, 200불 이하의 가격으로 배터리팩을 생산하였다.  게다가 가격을 더욱 낮추기 위해 2017년부터 생산을 목표로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기가팩토리가 완공되면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현재보다 30% 정도 더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18650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20~30% 증가한 21700 배터리의 생산을 통해 동일한 사이즈의 배터리팩에서 50% 정도 용량 향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 발표한 기업용 ESS인 파워팩2.0(200kWh)은 원통형 21700 배터리를 사용하여 기존 파워팩 1.0(100kWh)과 동일한 사이즈에서 2배로 용량이 늘었다. 2017년말 출시 예정인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모델 3에도 원통형 21700 배터리가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배터리는 충전이 불가능한 1차 전지와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로 나누어 지며 당연히 전기차에는 충전을 위해 2차 전지를 사용한다. 2차 전지에는 가장 오랫동안 사용중인 납축전지부터 니켈 계열의 니켈 카드뮴 전지, 니켈 메탈 수소 전지를 비롯해 최근에 주로 사용중인 리튬 계열의 리튬이온 전지와 리튬폴리머 전지 등이 존재한다.

납축전지는 1859년 프랑스 물리학자인 G. Plante에 의해 발명되어 아직까지도 사용중인 전지로 2v의 높은 셀 전압과 낮은 제조 원가, 대용량 제작이 수월한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30Wh/kg으로 낮고 수명이 짧으며 자기방전율이 높고 작게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납축전지는 이온화 경향이 큰 음극(해면상납)과 이온화 경향이 적은 양극(과산화납)을 전해질( 37% 정도의 묽은 황산 농도)에 넣어 회로를 만들고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황산용액을 전해질로 해, 분리막에 의해 나누어진 PbPbO2 전극에서 전기의 방전에 따라서 모두 PbSO4로 변하고, 다시 충전에 의해 본래의 PbPbO2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거친다.

니켈 계열의 전지들은 에너지 밀도가 90Wh/kg 정도로 납축전지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장점이 있으나, 1.2v의 낮은 출력과 20~30%의 높은 자체 방전율과 메모리 효과로 인한 수명 단축 등의 단점이 있다. 니켈 계열의 전지 중 대표적인 니켈수소 전지는 1988년 소형전지로 처음 시장에 등장하였는데, KOH 용액을 전해질로 해, 분리막에 의해 나누어지는 NiOOH 양극과 수소저장합금인 MH를 음극으로 사용한다. 전기화학적 반응은 방전 시 음극에서 수소가 발생해 수소저장합금인 음극에 저장되고, 양극에서는 Ni(OH)2NiOOH로 변한다.

지금의 전기차 재도약의 발판이 되고 있는 리튬 계열의 전지들은 1991년 일본 소니사에 의해 처음 상용화되어 소형 전지시장을 석권하였다. 납축전지에 비해 6배 이상의 최대 2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며 방전이 잘 되지 않고 메모리 효과도 적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온도에 민감하며 안전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보호를 위한 회로와 셀 등의 구성이 필요하며 가격이 비싸다. 다른 2차전지들에 비해 무게·부피당 에너지가 가장 큰 전지시스템이므로 자동차용으로 이용이 계속 검토되었으나 가격과 안정성 측면에서 불리해 상용화 적용이 지체되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달로 안정성이 확보되고 가격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전기차에서 이용되기 시작하였다. 리튬 계열의 전지는 전해질을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전해질로 액체만 사용하는 리튬이온 전지, 액체와 고분자가 함께 있는 젤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폴리머 전지 그리고 고무와 같은 전고체상의 폴리머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폴리머 전지로 분류가 된는데, 최근 전기차 배터리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리튬폴리머 전지의 경우 고체 성분의 젤 타입 전해질을 사용하여 발화나 폭발의 위험이 적으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덜 견고한 재질의 커버 사용이 가능하여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제조가 가능하며 무게도 줄일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물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래핀 등의 신소재를 이용하여 기존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2배 정도의 에너지 밀도를 갖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거나 알루미늄이나 리튬 등을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금속 공기 전지 등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리튬공기 전지의 경우 기존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10배에 가까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져 휘발유 등과 맞먹는 효율성을 가진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LG화학,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시장을 선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원통형/각형/파우치형 등 소형전지 위주의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는 총 12억셀 정도를 생산하였으며, 리튬이온 전기차 전용 배터리는 총 1,200MWh의 배터리를 생산하였다. 하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설비 시설의 확장으로 2018년 정도에는 그 동안 열세였던 일본과 중국을 추월해 8,100MWh 정도의 전기차 전용 배터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전지산업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그간 비용 절감과 거대시장 접근성을 위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김에 따라 오히려 자국 내 생산 경쟁력은 쇠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중국에 합법적인 형태로 생산거점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와 전문인력의 유출, 취업 불안 등의 장기적인 악재들도 존재하고 있다.

2017년 2월 1일 수요일

전기차의 기술 발전 동향

1873년 가솔린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된 전기차는 석유 연료와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에 축적된 전기 에너지로 모터를 회전시켜서 바퀴를 구동시키는 자동차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은 되었지만 배터리의 중량이 무겁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은 실용화되지 못하고 내연기관 자동차에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지만 구조가 간단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운전하기가 쉬워 1920년대 중반까지는 소량 생산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공해문제가 심각해지면서 1990년대부터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기존 배터리의 단점들이 보완된 신소재의 배터리들의 등장으로 개발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전기차의 장점으로는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친환경적인 요소 외에도 에너지의 효율성과 운용비용의 절감, 그리고 구조의 단순함으로 인한 유지비용의 저감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의 효율은 약 17~21%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전기차는 연료탱크로부터 바퀴까지의 효율을 의미하는 TTW(Tank to Wheel)이 약 85% 정도이다. 유전으로부터 바퀴까지의 효율을 의미하는 WTW(Well to Wheel)로 계산을 하더라도 발전소 효율이 대략 45% 정도이므로, 최종 약 40% 정도의 효율로 내연기관에 비해 2배 이상의 효율을 가지고 있다.

운용비의 경우도, 내연기관 자동차는 1리터의 휘발유가 완전 연소될 때 약 9kWh의 에너지가 생산되어 대략 10~15km의 주행이 가능하다. 그에 비해 전기차는 대략 1kWh의 에너지를 이용해 5~7km 정도의 주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부품수도 약 10% 정도이며 각종 오일 등의 유지보수도 거의 불필요하여 장기적으로 고장이나 유지보수를 위한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요구된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은 여전히 주행거리 부족과 충전 시간이다. 하지만 상당 부분 과거에 비해 개선이 된 상태며 앞으로도 더욱 개선이 될 것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 S를 보면 100kWh의 배터리를 탑재하여 완충 후 약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전용 슈퍼차저(Supercharger) 충전 스탠드는 120kW 출력을 통해서 약 50분 만에 완충이 가능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일반적인 주유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는 10분 정도의 충전으로는 약 120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가 충전된다. 이제 전기차에서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은 크게 단점으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전기차의 핵심 요소에는 가장 중요한 배터리와 모터 그리고 그들을 관리할 수 있는 인버터/컨버터 모듈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등이 있다. 인버터/컨버터 모듈은 충전 및 전력 변환 그리고 모터의 출력 조정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데 구동 초기부터 최대 회전수와 토크를 발휘하는 모터의 특징과 인버터의 VVVF(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 기능으로 변속기의 역할을 대신하므로 내연기관에서 사용하는 변속기가 불필요하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온도에 민감한 배터리 팩의 전압, 전류 및 온도를 모니터링하여 최적의 상태로 유지 관리하여 배터리 교체 시기 예측 및 배터리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처음부터 모터는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초창기에는 3상 교류 유도 모터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영구자석 동기 모터를 사용하고 있다. 크기도 작고 구조도 단순하며 그 덕분에 내구성도 좋고 상대적으로 효율도 높다. 테슬라의 로드스터는 30kg 정도의 작은 모터를 사용해 250마력 정도의 출력을 낸다. 내연기관은 전통적인 4행정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열로 낭비하고 변속기를 거치면서 실제 바퀴로 전달되는 효율은 15~20% 정도이다. 이에 반해 전기차는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소의 발전 효율을 고려하더라도 모터의 효율이 거의 90%에 달해 최종 35~40% 정도의 효율을 갖는다. 게다가 대부분 발전기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모터를 사용하고 있어 회생제동을 통한 에너지의 실시간 충전이 가능하여 약 5% 정도의 추가 효율도 가지게 된다. 회생제동은 브레이크 동작 시의 마찰 에너지나 내리막 길에서의 위치 에너지를 모터를 이용하여 발전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이다.

전기차에서 사용하는 모터의 가장 큰 특징은 시동 처음부터 일정 구간까지 지속적인 최고 회전력을 보여 토크가 높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전기차들은 일반적으로 초반 가속력이 상당히 좋다. 테슬라 모델 X의 제로백은 고성능 스포츠가 수준인 2.4초이다. 물론 가속 이후 토크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지만 전류량을 늘리거나, 간단한 구조의 변속기를 사용하거나, 테슬라처럼 복수 개의 모터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개발은 보다 효율적인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다. 오랫동안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의 개발 없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공용으로 사용하였다. 전용 플랫폼 개발 비용과 시간을 생각한다면, 전기차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에서는 당연한 결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전기차가 당연히 가질 장점들은 사라졌고 단점들은 더욱 부각되는 상황들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테슬라로 대표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도입은 전기차가 갖는 구조의 단순함과 배터리라는 특징들이 갖는 요소들을 최대한 장점으로 극대화 하였다. 구조의 단순함은 여유 공간을 최대한 넓혔으며,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위치시킴으로 저중심의 안정적인 설계와 배터리 교체와 같은 확장성을 갖게 됐으며, 불필요한 요소의 제거 등의 최적의 플랫폼 설계를 통해 공기역학을 최대한 활용하여 연비를 극대화 할 수 있게 되었다.

2015모델 X라는 놀라운 크로스오버 SUV를 발표한 테슬라는 100% 배터리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이다. 이미 소형 스포츠카인 로드스터와 고성능 세단인 모델 S를 통해 기존 대중들이 가지고 있던 전기차의 고정 관념들을 모두 바꾸고 있는 이 기업은, 모델 X를 통해서는 전기차의 활용 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다. 전기차는 초반부터 높은 토크와 회전력을 갖는 모터의 특성 상 초반 가속력이 대단히 좋은 장점은 있으나, 배터리의 용량 한계와 고회전에서 토크가 떨어지는 특성상 고출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SUV와 같은 차량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소형 차량의 개발에 집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델 X는 그 고정관념 조차 바꾸었다.

모델 X7인승 크로스오버 SUV90KWh 배터리를 장착하여 최장 운행거리는 무려 400km가 넘으며 최고속은 250km, 제로백은 2.4초에 달하며 전후 2개의 고성능 모터를 통한 762마력으로 2300kg의 트레일러를 끌 수 있다. 그 외 최첨단 편의 기능들은 기본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전기차의 장점이었던 높은 효율을 바탕으로 내연기관 대비 탁월한 연비를 보여준다. 지금의 전기차는 최신 디젤 엔진에서나 가능해 보였던 고출력과 고연비를 모두 만족하면서도 환경 오염의 주범인 배기가스는 감소의 수준이 아니라 제로가 가능한 것이다.

현재 전기차는 전기화에서 시작해 전자화와 자동화, 연결화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엔진의 시동 없이도 24시간 기 충전된 배터리를 이용해 다양한 전자 시스템들이 하나의 중앙 시스템 아래 통합되어 컨트롤이 가능하며, 연결화를 통해 원격 조정이나 시스템 업데이트 등과 같은, 마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의 사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항상 최신 기능들이 자동으로 심야 시간에 업데이트 되어 있으며, 현재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심지어는 원격으로 미세 제어까지 가능할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초반에 태양광 전지 무인 트랙터들이 미리 정해놓은 스케쥴에 맞춰 자동으로 농장 일을 수행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부분 자율운전 기능을 추가한 것을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에서 가능할 일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진단 ⑤

[짝퉁과 꽌시가 만든 중국의 신유통, 웨이샹]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다. 공산당이라는 하나의 정치집단이 대중 위에 군림한다. 이 때문에 문화혁명 때까지 공산당은 모든 인민에게 직업을 제공했다.
사람들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이 주어지기를 바랐다.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 경제체제에서 사업을 통해 개인의 부를 축적하려는 노력도 거의 없었다.

그러한 중국이 1980년대부터 개혁개방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사유재산이 허용되면서 소비에 대한 욕구는 다양한 영역에서 민간의 참여를 만들어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창업이 이루어졌다. 그런 중국에서 대중창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이 단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대중들의 창업이다. 한국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치킨집 창업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의 경우 실업자가 된 많은 50대들이 치킨집을 내지만 그 중 80%가 문을 닫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대중창업은 부정적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중창업이 중국에서는 어떤 의미로 만들어진 것일까? 일단 정치적 근거를 살펴보면 그 시작은 명확하다.

2015년 양회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은 근면하고 지혜로운 13억 인구를 가지고 있다만약 전 사회 모든 세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경제라는 유기체는 생기가 충만해질 것이고 대중창업 만중혁신은 무궁무진한 창의와 무한한 부를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언급되었던 대중창업(...) 만중혁신(.)”이라는 두 구절은 과거의 정부주도의 제조업기반 양적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민간과 시장 기반의 창업과 혁신을 선택했음을 뜻한다.


실업해결의 돌파구, 대중창업

리커창은 2015년 이후의 성장엔진으로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내세우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들을 입안, 1위안이면 회사설립이 가능한 ‘1위안 창업시대를 만들었다. 아직 1위안으로 창업이 가능한 도시는 한 곳뿐이지만, 점차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기업등록을 위한 기간도 과거 1개월에서 3일로 줄었다. 또한 창업을 지원하는 세제, 임대료, 공과금, 대충, 교육 등 다양한 혜택들이 만들어졌고 각 지역마다 독자적인 지원 프로그램들이 생겼다.
그 결과, 2015년 신설기업 수가 443 9000개로 전년 대비 21.6% 올랐고 등록자본금 역시 29조 위안으로 전년 대비 52.2% 상승하였다. 이 두 데이터 모두 역대 신기록이다.

창업지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학생 창업지원금이다. 당해년도 대학 졸업생이거나 졸업 2년 이내이면 누구나 5000위안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방정부 중에서는 베이징이 가장 파격적이다.
베이징시는 대학생이나 지방의 촌관(대학생 농촌간부)이 창업을 하면 100만 위안까지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이자는 구(?) 재정에서 보조해주고 있다. 필요한 서류는 주소지 호적과 대학졸업 혹은 재학증명이 전부이다.
대학생이 취업을 하지 않고 창업을 택하면 한국 돈으로 약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무담보로 제공해주는 것, 물론 100만 위안이라는 파격적인 숫자가 가능한 것은 베이징이 가진 특수성 덕분이고 기타 도시들의 대출금 규모는 10~20만 위안 수준이다.
전체 재원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한국과 비교해볼 때 혁신적인 제안임에는 분명하다. 중국정부가 혁신창업을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선택한 것은 정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유와는 다른 속내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실업률이고 두 번째는 빈부격차이다.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상거래 주목

중국에는 매년 750만 명의 대졸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데 현재 정부주도의 제조업 정책만으로는 더 이상의 수용이 불가능하다. 적게는 15%, 많게는 29%까지 추정되는 청년실업률은 전체 국가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7000만 명에 이르는 빈곤층의 문제 역시 중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아무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중국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최대값 1) 사회전복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중국의 지니계수는 0.61이다. 참고로 한국의 지니계수는 0.36수준이다.

소비중심의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창출이 필요하다. 실질적 실업상태에서 소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창업에 내몰리는 게 한국의 상황이라면 중국은 더 이상의 직업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창업을 장려하는 상황이다. 두 나라 모두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중창업을 꺼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중창업이 지향하는 바는 과연 뭘까? 전자상거래, 즉 인터넷 쇼핑의 관점에서는 웨이샹의 출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웨이샹(微商, Weishang)SNS를 기반으로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개인 판매자를 말한다. 작다는 의미의 웨이()와 상인을 의미하는 샹()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중국어로 웨이()’는 텐센트의 메시지 서비스 위챗의 중문 표현인 웨이신() 사용돼 다수의 미디어, 다수의 매체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인 기술창업이 소수의 엘리트 창업이라면 대중창업은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창업의 형태로 볼 수 있으므로 웨이샹은 대중창업이 지향하는 의미와 일맥 상통한다.

웨이샹의 고객은 위챗이나 QQ 같은 메신저에 등록된 지인들이다. 타오바오 같은 C2C 쇼핑몰에 입점하려면 여러 가지 자격 요건과 보증금을 충족시켜야 하고 배송 등도 직접 맡아야 하기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했던 판매자들이 웨이샹의 대상이다.
굳이 모델로 구분해보면 B2C2C라고 할 수 있다. 메신저 서비스 위챗을 통해 이루어진 자발적 상거래 서비스는 위챗이나 알리바바의 손쉬운 모바일 결제 시스템 덕분에 시장이 형성됐다.

웨이샹 거래 규모, 30조로 성장

2015년 웨이샹 수는 1500만 명으로 거래규모가 1800억 위안( 30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가 1998-2008년까지 10년을 거쳐 이루어낸 규모다. 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웨이샹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던 신뢰의 이슈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타오바오와 같은 C2C, 나아가 티몰과 같은 B2C에서도 완벽하게 가짜 상품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중국의 전통적인 관계문화(꽌시, ?)와 연결된 것이다.
즉 내가 아는 사람이 제공한 상품이기에 신뢰할 수 있다는 동양적인 사고가 새로운 유통형태를 지지하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는 빠르게 보급됐지만 2, 3선 도시의 오프라인 유통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불균형은 웨이샹이 새로운 유통망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웨이샹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외 브랜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통기업들도 오프라인 유통망을 버리고 웨이샹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웨이샹의 형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브랜드 웨이샹, 둘째는 웨이샹 플랫폼이다. 브랜드 웨이샹은 자신의 상품을 가지고 웨이샹 조직을 운영하는 형태다. 우리나라의 아모레 아줌마와 비슷한 형태인데,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전자제품 유통채널인 쑤닝이 자사 직원들에게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게 하고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 역시 브랜드 웨이샹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브랜드 웨이샹의 형태를 선택하고 있는데, 이는 브랜드 웨이샹이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유통망 구축이 쉽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위챗에 공식계정(카카오 플러스 친구와 비슷하다)을 개설하고 위챗매장을 통해 영업하는 방식을 필수 유통형태로 생각하고 있다.
웨이신의 발표에 따르면 800만 개 이상의 공중계정(공식계정)이 등록됐으며, 그 수가 매일 1 5000개씩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의 화장품 기업인 한슈(., Kans)이다. 한슈는 2014년 웨이샹 모델을 근간으로 온라인 유통망을 구축했는데 현재 웨이샹 숫자가 10만 명에 이른다. 각 지역마다 지역총판을 모집하고 지역총판이 웨이샹을 모집하는 형태로 영업망이 구성돼 있다.
웨이샹의 구매수량에 따라 가격이 차등 적용되는데, 이 같은 방식은 한슈를 국내 3위의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한슈는 백화점, 마트, 할인점을 아우르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완성하게 된다.

웨이샹 인프라 제공으로 성장한 윈지


두 번째, 웨이샹 플랫폼은 웨이샹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여기서 인프라는 다양한 상품, 배송서비스, 영업을 위한 콘텐츠 등을 뜻한다.
웨이샹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모든 요소를 제공하는 것, 특정 브랜드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소싱하여 웨이샹을 중심으로 구축된 유통망을 통하여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윈지(), 쓰부() 등이 좋은 예다.

윈지(, Yunji) 40만 명의 웨이샹에게 1000개의 브랜드를 공급하는 중국 최대의 웨이샹 창업플랫폼이다. 윈지의 차별포인트는 하루에 1위안만 투자해 연간 365위안만 지불하면 판매 점주를 할 수 있다는 것. 점주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자체 물류창고 보유도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점주가 윈지에서 3단계까지 하위 점주를 모집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상품판매보다 하위 점주의 가입비와 판매 수수료로 수입을 내는 경우가 많고, 마진 보장을 위해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다단계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품질과 가짜 상품의 이슈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웨이샹 창업은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초기 위생허가를 받지 않은 상품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가 하면 피라미드 식 운영방식으로 대량의 재고를 안게 된 웨이샹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남에 따라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는 웨이샹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시진핑 주석은 훼손된 웨이샹의 이미지를 쇄신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웨이샹이 다단계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불법운영자들에 대한 웨이샹 정화 작업을 요구했다. 또 이러한 노력을 통해 웨이샹의 새로운 발전시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여러 정부기관에서 웨이샹 모델의 법제화를 추진중이며 다단계뿐만 아니라 홍보를 위한 도배행위, 거짓정보, 품질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2016년 여름에는 텐센트 역시 불법 웨이샹 정화에 나섰다.
텐센트는 웨이신 공식계정을 통해 불법 다단계 판매로 적발되면 영구적으로 아이디를 차단, 3000개의 공식계정이 차단되었다고 한다.

웨이샹에 대한 평가는 아직 물음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는 웨이샹이 물과 불을 경험한 해가 2015년이라고 했다. 중국에만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셜커머스 모델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소셜(social)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중국의 꽌시(?)와 같이 놓고 보면 왠지 그 끝은 창대할 듯하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변화양상은 신뢰를 중점으로 변화해 왔다. 그들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꽌시가 토대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꽌시가 없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不成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 꽌시는 중요하다.
그들이 꽌시를 온라인 상에서 바라는 것이 욕심일 수 있겠지만, 중국에선 신뢰를 얻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전자상거래가 출현할 것이다.

소비자는 더 나은 신뢰를 얻기 위해 그리고 판매자는 더 나은 신뢰를 주기 위해 전자상거래는 변할 것이고 이에 맞춰 중국 정부는 세수확보소비진작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중국에서 꽌시신뢰가 앞으로 중국 전자상거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주목된다.

시진핑 주석은 훼손된 웨이샹의 이미지를 쇄신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웨이샹이 다단계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불법운영자들에 대한 웨이샹 정화 작업을 요구했다.


2017년 1월 31일 화요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진단 ④

[중국 해외 직구, 성장은 계속된다]


중국 국민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해외직구는 중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중국 조사업체인 빅데이타리서치(베이징정보자문유한회사)에 따르면 2014년 해외직구 규모는 전년보다 95% 증가한 1500억 위안(25조원)에 달하고 2015년에는 다시 2400억 위안(40조원)으로 급증했다. 2018년에는 해외직구 규모가 1조 위안(180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다.

표면 상으로 보면, 해외직구 상품을 수입하는 주체는 개인이고 매출은 모두 다른 국가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해외직구를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해외직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비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해외직구 장려는 소비의 다양화와 경험의 증대라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내심은 국내 산업이 충분히 인민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소비를 통한 성장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 소비를 이끌어낼 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많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 특히 2선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쇼핑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쇼핑몰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매할만한 상품을 찾는 것도 무척 힘든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이는 유통채널이 제대로 성립되기 전에 인터넷 유통망이 발전한 탓도 있지만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중국상품이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중국의 여러 상황을 보면 해외 직구는 중국 인민에게 좋은 탈출구이다. 배송까지 길게는 2주일을 참아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반품이 거의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직구를 통해 맘에 드는 물건을, 특히 면세로 살 수 있다는 점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면세 통관은 한 사람 당 연간 2만 위안으로 웬만한 상품의 구매, 특히 화장품이나 의류는 큰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직구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래 직구는 소비자가 해외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의 잠재력을 인식한 해외 사이트들이 직접 중국어로 된 사이트를 만들고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결제방식을 채용하는 등 전문적인 직구 사이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쇼핑몰들이 지마켓 직구몰 같은 직구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세청의 전자상거래 수출 동향보고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수출금액은 1829만달러(1,232억원, 7억위안)로 전년 동기 대비 232.3%나 급증했다. 그 중 중국이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42.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중국 직구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국내 쇼핑몰들도 사이트 내에 중국어를 지원하고 중국카드로 결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른 직구몰은 중국인이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중국에 만드는 사이트들이다. 즉 중국인의 소비습관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인이 해외에 제품을 조달하는 조직을 두고 직송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국에서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판매가 된 상품은 해외에서 직배송 하는 형태를 띤다.

중국 통계청이 중국내 직구사이트의 거래규모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거래규모는 5.2조 위안(926조원)에 달했고 2016년에는 그 규모가 6.5조 위안을 기록,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을 한 것은 중국 소비자의 해외 상품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원인도 있지만 정부의 국가 간 전자상거래 장려정책과도 매우 큰 연관이 있다. 정부는 늘어나는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려 세수를 강화하고 수입하는 모든 해외상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판매사이트와 해관데이터시스템에 연동하도록 의무화 함으로써 거래를 투명하게 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확보한 셈이다. 2016 1월까지 13개 도시(정저우, 항저우, 텐진, 상하이, 충칭, 허페이, 광저우, 청두, 다롄, 닝보, 칭다오, 선전, 쑤저우)를 보세시범구역으로 정해 이 곳에서만 보세수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보세수입의 경우, 1000위안 이하의 상품에 대해서는 수입관세를 면제해주고 상품에 따른 행우세만을 부과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로 인해 보세구를 이용한 직구상품의 가격은 일반 무역대비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국내 직구사이트는 활성화됐지만 일반 무역업체가 큰 타격4을 입었고 반발도 커졌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16 4 8일 새로운 보세정책을 발표했다.

신 정책에 의하면, 보세시범구역 이용 시에도 기존 일반무역 시에 적용하던 증치세와 종합세를 모두 부과한다. 다만 2000위안이 넘지 않는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하고 증치세와 종합세를 30% 감면해준다. 물론 2000위안을 초과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일반무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또 기존의 50위안 이하 소액 구매의 세금 면제 해택을 폐기했다.

변경된 세율을 적용할 경우 과거 행우세에 비해 꼭 세금이 올라간다고 볼 수는 없다. 상품품목에 따라 높아진 상품도 있지만 낮아진 상품도 있다. 그러나 세액면제 혜택이 없어져 소비단가가 다소 올라감에 따라 중국 내의 직구사이트 주문량은 빠르게 위축됐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그동안 통관신고서 없이 보세창고로 수입되던 해외직구 상품들이 화물로 분류되면서 복잡한 검역과정을 거치게 된 점이다.
이는 중국 내 해외직구 업체가 크게 반발하는 원인이 됐다. 그로 인해 5 25일 중국정부는 지정 보세구역에 한해 신 정책 개편안을 2017 5 11일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고 1년간 신 정책을 전면적으로 실행하기까지 대비할 시간을 주겠다고 통지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보세정책에 관한 여러 가지 발표로 중국은 해외직구 사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세수, 상품 품질 등 다각도로 규범화된 통관 규제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직구몰의 원조는 소위 말하는 따이꼬우(., Daigou)란 보따리상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물건을 직접 사서 중국에 판매하는 구매대행 모델이다. 따이꼬우가 등장한 것은 2005년 중국 유학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중국에는 높은 관세로 물건 가격이 2,3배 차이가 났고 중국에서는 살 수 없는 브랜드도 많았기 때문에 많은 해외 유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가족이나 친지들의 부탁을 받아 현지의 화장품, 시계, 가방 등 상품을 사다 주었다. 차츰 부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10%의 구매대행 수수료를 받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따이꼬우의 초기단계이다.

점차 따이꼬우의 규모가 커지면서 2007년 알리바바 계열사인 티몰에서 처음으로 해외직구 C2C플랫폼인 티몰글로벌쇼핑을 선보였다. 그 결과 따이꼬우들은 티몰과 타이바오의 트래픽을 이용할 수 있어 고객 수가 크게 늘었고 해외직구족인 하이타오(, Haitao)들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됐다.
이러한 플랫폼의 등장은 자연스레 따이꼬우에게 판매의 장을 마련했으며 그들의 규모를 키웠다. 이런 상황이 계기가 돼 중국 해외상품 구매열풍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따이꼬우들은 해외를 방문해 상품을 구매할 때 영수증, 구매 사진, 배송 사진 등을 통해 정품임을 인증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날로그적이면서 매우 비공식적인 방법이지만 이를 통해 구매자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규모는 2014년에 829억 위안(14조원)에 달하고 전년 대비 상승률이 62.3%였다.

최근 중국의 세관정책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가장 중요한 유통 수단은 아직 따이꼬우다. 그런 따이꼬우들이 상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회색통관(중국 입국 시 세관 신고 절차를 밟지 않고 불법으로 상품을 반입하는 것)을 해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하나의 중요한 유통채널로 성장한 따이꼬우의 밀반입 행위를 중국 정부는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었다.
2014 4월부터 중국 해관은 개인물품 통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회색통관 근절에 나섰다. 또한 많은 밀반입 따이꼬우 조직에게 실형을 내리고 이를 기사화해 그들의 행동을 통제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2015년 따이꼬우 시장규모는 400억 위한 수준으로 전년 대비 30%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구란 해법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공급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장점이 있는 솔루션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솔루션이고 이를 통해 국내 생산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절한 수단을 통해 과세를 하려는 시도는 이미 관세정책이나 따이꼬우에 대한 대응을 통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는 알리바바로 하여금 중국에 직구로 들어오는 상품들에 대한 직접 관여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상품들을 가능하면 알리바바가 조달해 중국정부가 통제 가능한 영역 내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는 의미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상품을 통해 중국 인민들의 소비가 진작되는 것은 선호하지만 그 과정이 통제되지 않는 것은 싫어한다는 의미이다.


2016 4 19일 ㈜담양한과 명진식품이 중국 알리바바와 연간 2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은 것은 중국 정부의 해외 상품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1월 26일 목요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진단 ③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는 중국의 전문몰]


특별한 종류의 상품에 집중하는 전문몰을 버티컬 몰이라고 한다. 이 버티컬 몰은 특정 상품만을 취급,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배송해 종합몰인 징동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 버티컬 몰의 신뢰확보 방안은 취급하는 상품품목에 따라 다양하다.

버티컬 몰의 예를 통해 그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중국의 버티컬 몰 중 하나인 벤라이(본래 생활)는 식료품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사람들이 먹는 제품이라서 소비자들은 안전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식품이든 먹어도 안전한가란 물음에 확실하게 물론이라고 답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측면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벤라이는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식품안전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신뢰를 얻고 있다.


이 회사의 콜드체인 배송은 각 식품의 특정을 고려해 영양소 파괴와 수분증발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냉장(0~4)과 냉동(~-18)을 구분해 배송해준다. 특별 포장은 8시간 동안 지속되고 배달직원들은 상품의 식별은 물론 보관 방법과 영양 지식 등을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벤라이의 세심한 배려는 포장에서도 나타난다. 아이스 박스 안에 얼음과 함께 개별 포장하는데, 포장지에서 나오는 발안물질이 식료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PE(폴리에틸렌)PVC(폴리염화비닐) 소재의 포장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모든 농산물에 대해 43개 항목의 자체검사를 함으로써 인체에 유해한 농약중금속, 화학 물질을 철저하게 차단한 안전한 식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지우시앤왕(.)은 술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중국 최대 주류 온라인몰로 전체 주류 거래의 60%를 차지하는 곳이다. 주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다 보니 병이 깨지지 않게 2중 포장을 하는 등 포장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심지어 캔맥주도 에어백에 담아 배송한다. 맥주를 그냥 종이박스로 포장해 배달하는 종합쇼핑몰 1호점(1.)과는 분명한 차이가 나는 배송서비스다.

두 쇼핑몰 모두에서 술을 사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다음에 술을 살 때는 지우시앤왕을 선택할 확률이 크다. 이러한 지우시앤왕의 차별화된 안전배송이 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재구매로 이끌고 있다.

화장품 전문몰인 쥐메이(聚美.)정품보증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화장품 브랜드마다 판매 라이선스를 증명하는 수권서를 첨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었고 징동처럼 모든 상품을 직접 매입 관리함으로써 가짜 상품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쥐메이는 또 많은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가짜 수권서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수권서 아래에 해당 기업의 사장 또는 담당자의 사진에 공식 파트너라는 글과 사인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어 업체 방문 사진과 MOU 체결 사진 등 정식 채널로서의 신뢰감을 높이는 다양한 이미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정품보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쥐메이가 신경을 많이 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쥐메이는 단 4년 만에 중국 최대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로 성장했다.


앞의 세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전문몰들은 자신들이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품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신뢰가 무엇인지 파악, 그에 맞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는 상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요구를 버티컬 몰이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노력은 자연히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고 결국 버티컬의 한계로 이어진다. 버티컬 몰은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의 상품재고를 확보하는 한편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버티컬 몰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다. 쥐메이의 사례가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다양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쥐메이는 제3자 기업의 입점을 허용하고 해외 직구 상품을 취급하게 됐다. 그 결과, 쥐메이가 현실적으로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품이 늘어나게 됐고 가짜 상품이 유통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는 다시 쥐메이의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쥐메이는 오픈마켓의 비중을 큰 폭으로 줄여 직접 화장품을 거래했는데 제 3자가 물건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짝퉁 등장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위조방지 바코드를 각 화장품 브랜드마다 부착하도록 해 짝퉁의 뿌리를 뽑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아가 쥐메이는 체험형 매장을 개설, 소비자가 100% 정품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체험형 매장을 통해 제품의 진품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들의 정품 보장에 대해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쥐메이는 입점몰의 폐쇄, 100만 위안 보상정책 등 가짜 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했지만 이미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았고 모든 상품의 직접관리로 인한 비용증대는 결국 수익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자 한때 미국 나스닥 상장의 신화로 불렸던 쥐메이는 상장이 폐지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쥐메이의 신뢰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에는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거래 규모가 아마존이나 징동 정도로 크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인프라 투자를 합리화시킬 수 있지만, 쥐메이처럼 버티컬로 접근하면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쥐메이가 취급하는 화장품은 상품의 특성상 모든 제품의 재고를 보유해 자체 유통을 하는게 진품을 보장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버티컬 몰이 생존하려면 그 상품에 적합한 유통방법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 시장이기에 버티컬 쇼핑몰의 등장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테슬라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2016년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지난 3 31일 테슬라의 네 번째 모델이자 첫 번째 보급형 모델인 모델3가 공개됐다. 기본 가격이 35,000불로 기존 모델에 비해 약 절반 가격인 이 모델에 대해 Elon Musk는 이 자동차가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개 후 일주일, 2017년 말 출시로 출시일이 아직 18개월도 더 남아 있는 제품에 사람들은 선주문 325,000대라는 놀라운 수치로 이 이야기가 단순한 허풍이 아닐 것임을 보여주었다. 2008년 첫 모델을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총 생산대수 120,000대를 조금 넘긴 테슬라의 이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성공한다면 이 도전은 상용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테슬라는 전기차의 시대를 상당히 앞당겼다. 모두가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할 때 모델S를 통해서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 이상의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보여줬고, 모델X를 통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넉넉한 실내공간과 파워 그리고 오토파일럿과 같은 최첨단 기능들을 보여주었다. 테슬라는 애플처럼 자동차계의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차는 여전히 미래의 자동차이다. 부족한 인프라도 문제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일 것이다. 심리적으로 가까이 다가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테슬라는 너무 비싸다. 보급형이라고 불리는 모델3의 도전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모델3의 성공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충전과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이다. 테슬라가 이전 모델들로 충분히 해결했다고 보여줬던 충전과 주행거리 문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테슬라의 기존의 두 모델과 모델3가 타겟하는 고객군이 다르다고 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델3의 초기 고객은 모델S나 모델X과 그다지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20년 목표인 연간 50만이라는 생산설비와 약간의 옵션을 추가했을 때 4만불에 달하는 가격대가 추구하는 대상은 현재 BMW 3시리즈나 Benz C클래스 시장이라 봐야 한다면 기존의 모델과 모델3의 시장은 명확히 틀리다. 한국에서 동일한 브랜드는 소나타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행거리 이슈로 돌아가면 모델3의 예상 주행거리인 346km 분명 짧은 거리는 아니다. 단지 문제는 이 타겟 고객들이 기존의 고객과 달리 개인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정용 충전시설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분명코 야간에 가정용 충전시설로 8~9시간 정도를 충전하면 테슬라 모델3 346km을 주행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된다. 하지만 별도의 가라지나 충전시설이 완비된 주차장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충전의 이슈는 다시 소비자의 마음 속에 불안요소로 남게 된다. , 초기 고객군에서 Mainstream 고객으로 진화하는데 틈새(Chasm)가 명시적으로 존재한다. 모델3는 기존 테슬라가 추구했던 안전하고 빠르고 안락한 고급 대중승용차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갖고 있었던 기존의 문제, 즉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을 다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슈퍼차저는 그런 맥락에서의 안심요소였다. 모델S X에게 평생무료를 지향하는 슈퍼차저는 현재 613개의 장소에서 3628개의 차저(16 4월 현재)를 제공하고 있다. 무료라는 이미지와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급속충전소의 이미지는 고급모델의 충분한 주행거리와 함께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을 거의 완전히 불식시켰던 요소였다. 하지만 이 역시 고급시장에서는 이미지로 제공된 요소였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즉 비상용이거나 여행을 위한 충전설비였다. 비록 30분이면 270km 주행거리를 충전할 수 있지만 여전히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바쁜 도시인에게 즐거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급형 시장을 놓고 보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자택에서의 혹은 사무실에서의 Overnight 충전이 불가능할 경우, 혹은 어려울 경우, 급속충전 스테이션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해 보인다. Elon Musk는 모델3 발표와 함께 내년까지 슈퍼차저의 숫자를 2배로, Wall Connector의 숫자를 5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보급형 모델의 슈퍼차저 충전시의 무료정책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보급형 시장까지 무료로 제공할 경우, 테슬라의 충전플랫폼으로서의 미래가 사라지기에 무료제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가오는 가까운 미래의 충전은 기존의 태양광 충전만으로 어려울 수 있기에 기존 전력사업자와의 계통연계가 필요할 것이고 원가는 제로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전소의 존재는 보급형 모델의 매력을 올려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즉 나의 집 근처에 위치한 충전소의 존재가 테슬라를 선택하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도 모델3의 예약이 가능하면서 슈퍼차저의 제공 여부가 큰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우선 서울, 부산, 제주, 평창 등에 총 7개를 제공한다고 한다. 태양광 충전이 쉽지 않은 국내 여건상 테슬라가 어떤 형태로 급속충전소를 제공할 지 지켜볼 일이다.

테슬라가 시장선점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는 생산능력이다. 조만간 있을 모델3의 파트2 공개 때까지 적어도 5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의 사전주문 열기는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이 열기가 가져다 주는 부담감 또한 적지 않다. 2017년 말 즉 지금부터 18개월 내에 테슬라는 기존의 생산능력인 분기당 15,000~16,000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며 2020년까지 목표한 연간 50만대 생산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58%에 달하는 생산 성장율을 보여야만 한다. 그렇게 최소 6배 이상인 분기당 10만대의 생산량이 달성되어도 일주일간의 사전 주문량인 30만대를 소화하는데 3분기 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기차가 갖는 생산의 용이성과 미국 Fremont 공장의 생산설비나 생산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가정하에도 분기당 10만대의 생산량을 달성함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해야 하는 배터리의 공급이다.

2017년 모델3의 출시와 더불어 부분 가동을 시작하고 2020년 풀 가동 예정인 기가팩토리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이다. 연간 5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으로 전기차 5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테슬라가 2020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고 발표한 근거도 기가팩토리의 규모에 있다. 기가팩토리가 가동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이 약 30% 정도 낮아질 수 있는데 발표된 모델3의 가격은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배터리 사재기와 같은 악재로 리튬의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한 해 전세계 생산량을 뛰어넘는 50GWh의 배터리 생산과 기대치인 30%의 가격 하락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테슬라는 기존의 두 모델을 출시함에 있어 언제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모델X의 경우는 첫 예정일에서 18개월이나 늦어졌다. 하지만 그 사실에 아무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만큼 만들어진 제품의 품질이 기대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Musk "고객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는 제품을 내놓느니 수익을 포기하는 게 더 낫다"라고도 말했다. 그래서 시장은 테슬라가 모델3에 있어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심지어 이미 2017년 말이 아니라 2018년 출시라는 소문이 나오는 실정이다. 문제는 모델3가 기존의 고객과는 다른 고객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또 기존 모델 대비 특별한 "와우"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모델S가 포르쉐 이상의 제로백을 보였고 모델X가 팰콘윙과 어마어마한 적재 능력을 보인 것과 달리 모델3는 비록 오토파일럿과 같은 첨단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냥 밋밋한 346km 가는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테슬라에 전기차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왠지 모델3는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닌 사실이다.

또 다른 맥락에서 테슬라 모델3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경쟁자들이다. 기존의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고 있고 테슬라의 성공 방정식을 이미 보고 학습한 경쟁자들이 주행거리를 늘린 경쟁제품을 2017년에 만들어낸다면 테슬라의 모델3가 갖는 매력은 많이 감소할 것이다. 현재 Nissan Leaf SV 모델은 34,200불이라는 가격에 172km라는 주행거리를 보이고 있다. 이는 3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상태에서의 주행거리로 테슬라처럼 대용량 배터리를 저렴하게 장착이 가능하다면 모델3와의 경쟁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Nissan Leaf는 이미 20만대 이상을 생산한 경험을 갖고 있기에 이제 생산을 시작한 테슬라와의 경쟁에 있어서 모델3의 출시가 시작되는 2017년 말에 모델3를 상대할 만한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Nissan2018년에 190~240km 주행거리를 가지는 모델 출시를 발표했다. 그리고 Nissan이 가능하다면 I Series를 만들어내고 있는 BMW Benz도 가능하다.


테슬라가 촉발한 보급형 전기차 경쟁은 분명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아젠다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2017년 말 모델3가 출시되고 2020년까지 테슬라의 약속대로 연간 50만대의 생산설비의 구축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그의 경쟁자들이 이에 필적할만한 경쟁제품을 시장에 쏟아내기 시작한다면 2018년 자동차 시장에서의 관심의 촛점이 전기차 즉 EV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즉 아이폰이 출시되고 시장이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던 2007년의 상황과 그다지 틀려 보이지 않는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타났던 OS의 진화와 같이 새로운 제품이 기존의 제품을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EV를 기반으로 한 환경에 대한 규제와 자율주행, 혹은 스마트카와 같은 진화는 분명코 나타날 것이다.

알파고가 AI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에 대한 정책을 정부는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AI에 대한 산업은 존재하지 않고, 자동차 산업이 전체 GDP에 기여하는 바는 10%를 상회한다. 모든 상황이 예상대로 돌아간다면 2, 그렇지 않더라도 3~4년 내에 전기차는 스마트폰이 만들어냈던 시장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내제하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한국의 현대, 기아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이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전기차에 대한 정책과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