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정용 ESS의 성장 가시화
가정용 ESS 시장은 전력 사용자 입장에서 낮은 가격에 전력을 저장하고 높은 가격에 판매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시장이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ESS 가격이 낮고 전기 요금이 높으며
시간대별 전기 요금이 차이가 커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나 유럽에서는 ESS 시장 확대를 위해 정책적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ESS 시스템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과거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고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ESS 시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원 제도는 SGIP(Self Generation Incentive
Program, 자가발전인센티브프로그램)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설치되는 3MWh 이하 ESS에 대해
0.5~2.0달러/Wh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CPUC의 ESS 보급 확산을 위한 제도]
- 2001년: 캘리포니아 공공발전위원회(CPUC) 에너지 저장 및 자립형 발전에
대한 보조금 제공 제도 SGIP 최초 소개
- 2010년: 세계 최초로 ESS 의무화 법안 도입 à 2014년까지 평균 공급 전력의 2.25%,
2020년까지는 5% 이상의 ESS 공급
- 2011년: 202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33%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목표 설정
- 2013년: 캘리포니아주 내 3대 발전사에게
2020년가지 1,325MWh의 ESS 설치의무
부과
- 2015년: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목표를 전체 발전량의 50%로 상향
조정
- 2016년: 향후 3년간 SGIP의
예산을 총 249백만 달러(83만 달러/년)까지 확대, ESS 보급에
SGIP 예산의 75% 할당
전력 요금 체계 및 사용량
등에 따라 ESS의 경제성이 달라지지만,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10kWh 규모의 ESS를 설치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평균 전력 요금이 kWh당 15센트, 피크 요금은 평균 요금보다 80% 높고, 평시 요금이 평균 요금보다 20% 정도 낮은 비율을 가정할 경우
연간 kWh당 55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ESS
배터리 가격은
2016년 기준 325달러/kWh 수준이고 10kWh ESS를 설치할 경우 5시간 정도의 피크 시간을 감안하면 2kW 급의 인버터가 필요한데 이 가격은 1,4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즉 10kWh의 ESS를
설치하는데 ESS 배터리 비용이 3,250달러, 인버터가 1,400달러로 총
4,650달러가 소요된다. 원금 회수에는 8.4년
정도가 소요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보조금 중간 기준으로 2,500달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회수 기간은 4년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평균 전력 요금별 ESS 회수 기간]
연도
|
2016
|
2017
|
2018
|
2019
|
2020
|
2021
|
ESS 평균 가격 가정($/kWh)
|
386
|
325
|
284
|
255
|
228
|
217
|
11c/kWh
|
9.6
|
8.1
|
7.1
|
6.4
|
5.7
|
5.4
|
13c/kWh
|
8.1
|
6.9
|
6.0
|
5.4
|
4.8
|
4.6
|
14c/kWh
|
7.6
|
6.4
|
5.6
|
5.0
|
4.5
|
4.2
|
15c/kWh
|
7.1
|
5.9
|
5.2
|
4.7
|
4.2
|
4.0
|
18c/kWh
|
5.9
|
4.9
|
4.3
|
3.9
|
3.5
|
3.3
|
20c/kWh
|
5.3
|
4.5
|
3.9
|
3.5
|
3.1
|
3.0
|
그러나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ESS 배터리 가격은 2016년 225달러 수준에서
2020년 200달러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보조금이 없더라도
상당 지역에서 경제성이 확보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테슬라는 가정용 ESS인 파워월 2를 발표하였다. 파워월 2는 14kWh의 용량에 인버터까지 내재해 5,500달러에 출시하였다. 인버터의 가격을 1,000~2,000달러 수준으로 추정하면 kWh당 배터리 가격이
250~300달러 수준으로, 2016년 가정용 ESS 평균 시장 가격인 386달러 대비 크게 낮다. 테슬라가 이렇게 낮은 가격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요인은 유통망에 있어서 타사 제품과 달리 온라인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의 30~40%에 달하는 유통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는 것과 가정용으로는 고용량인 14kWh 제품으로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단위당
원가를 줄인 것에 기인한다.
또한 기가팩토리 가동을
통해 배터리 원가를 떨어뜨릴 것을 감안한 전략도 있을 것이다. 테슬라는 2017년 하반기 Model 3의 출시에 맞춰 년 50GWh 생산 규모의 기가팩토리를 건설, 2020년까지 배터리 팩
원가를 100달러/kWh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원가 절감 방법은 생산성 향상, 수직 계열화를 통한 중간
마진 절감, 관세 등의 절감 효과 그리고 배터리의 성능 개선이다.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2170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18650 대비 성능이
대폭 개선되었다.
현재 제시된 파워월 2의 가격이면 미국 내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거나 주간 전력 요금의 차이가 큰 지역에서는 투자 회수 기간이 5~6년으로 줄어들어 경제성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테슬라는 2016년 솔라시티 인수 이후 태양광 발전과 가정용 ESS,
전기차까지 통합된 시스템을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려면
가정용 ESS의 필요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파워월 2의 배터리 용량이 평균 대비 높은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테슬라의 파워월 2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되면 이는 과거 전기차 시장에서 Model S가
보여주었던 파급력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전기차 시장은 높은 가격과 제한적 성능으로
인해 시장 확대가 더딘 상황이었다. 그러나 Model S가
획기적인 디자인과 성능 대비 낮은 가격으로 성공하자 경쟁 업체들도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 있는 모델들을 출시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파워월 2 역시 인버터 일체형이라는 편리성과 가격적인 매력을 앞세워
판매를 확대하면 경쟁업체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성능 향상, 원가 절감 및 유통 구조의 개선 등을
기반으로 시장을 키워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 가정용 ESS 시장은 자체적인 경제성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미국, 유럽 등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는 ESS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최근
호주나 하와이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의 경우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을 크게 축소하면서 ESS를
설치해야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지역들도 나타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로 전력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지역은 태양광 발전량이 많을 때는 외부 판가가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ESS를 설치하는 것이 더 유리한다.
다. 국내 동향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신산업
성과 확산 및 규제개혁 종합대책’ 발표에서 풍력발전소에 이어 태양광 발전소에도 ESS를 설치해 생산한 전기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 5.0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우선 2017년까지 5.0을 적용하고 2018년부터는 보급여건 등을 점검해 가중치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가중치는 ESS를 연계하였다고 항상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발전량이 아니라
방전량을 기준으로 제공하며, 발전설비 피크시간에 발전하고 그 외 시간에 방전한 전력량에 대해서만 가중치 5.0을 제공한다.
앞서 분석했던 대한민국
평균 농가를 기준으로 각 농가가 1MWh ESS를 연계 설치했다고 가정하고 경제성을 분석해 보자. 평균 일일 일조시간은 3.6시간으로 시간발전설비 피크 시간 내에
포함된다고 가정한다.
- 대한민국
태양광 기준 평균 일조시간은 3.6시간/day
- 평균
발전수익은 SMP 77.06원/kWh, REC 99.89원/kWh (2016년 기준)
- 태양광
발전용량은 788kW
-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는 15억 7,600만원
- 농가당
전기농사 소득은 년간 1억 8,300만원
- ESS 용량은 1MWh
- 1MWh ESS의 설치비는 5억원 (50만원/kWh)
설치비 총액은 태양광발전소
설치비 15억 7,600만원에 ESS 설치비 5억원이 추가되어 20억 7,600만원으로 약 32% 가량 증가하였다.
788kW급 태양광발전소에 1MWh 용량의
ESS를 추가 설치하면
전체 설치비는 20억 7,600만원으로
약 32% 설치비가 증가한다.
설치비를 계산했으니 다음으로
농가소득을 계산하기 위해 우선 일일 발전량을 계산해보자. 일일 발전량은 778(kW) * 3.6(시간) = 2,800 kWh이다. 이 중 1,000kWh는 ESS에
저장하여 발전설비 피크시간 외에 방전하여 판매를 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판매를 한다. ESS 연계 방전량은 5.0의 가중치를 받고 나머지는 그대로 1.0의 가중치를 받기 때문에
일일 농가소득은 (1,000 * (77.06 + (99.89 * 5.0)) + (1,800 * (77.06 +
(99.89 * 1.0))) = 895,020원이 된다. 연간 소득으로 계산하면 3억 2,700만원이 된다. 기존
태양광발전소 소득인 1억 8,300만원과 비교하면 약 79% 정도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ESS 충 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계산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충 방전 과정에서의 손실 계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ESS의 전력효율은 충전효율 92%, 방전효율 92% 그리고 배터리 자체 효율 95%로 전체 과정에서 약 80%의 효율을 갖는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충전효율 99%처럼 보다 고효율의 ESS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보수적인 계산을 위해 충전 시 10%, 방전 시 10%로 총 20%의
전력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각각
90%의 효율로 계산하면 ((1,000 – 방전손실(100))
* (77.06 + (99.89 * 5.0))) + ((1,800 – 충전손실(110)) *
(77.06 + (99.89 * 1.0))) = 817,900원이 된다. 연간 소득으로
계산하면 2억 9,900만원이 되어 기존 태양광발전소 소득과
비교하면 약 63% 정도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788kW급 태양광발전소에 1MWh 용량의
ESS를 추가 설치하면
농가소득은 년 2억 9,900만원으로
약 63% 증가한다.
ESS
설치를 위해 투자비가 32%(5억원) 증가 하였지만, 연간
농가소득이 63%(1억 1,600만원) 증가 하므로 투자비 회수에 4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ESS의 수명이 적어도
10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현재의 조건에서는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2018년 이후로 현재 5.0인 가중치가 어떻게 조정될지 아직은 미정이지만, 신재생에너지를 보급 확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현 정부의 태도를 볼 때 크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적다고 예측된다.
게다가 정부는 ESS 보급 확대를 위해 2015년 발족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융합얼라이언스”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소비재 등 타 분야로도 에너지저장장치 융합모델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ESS산업 제도개선 내용>
-
비상전원
활용: ESS 활용촉진을 위해 비상전원용으로써 ESS를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 마련 (’16.2)
-
요금제
개선: ESS활용촉진요금제 적용기간을 1년 à 10년으로 확대 (’16.8)
-
신재생
연계: 기존 풍력발전뿐만 아니라 태양광에 ESS 결합 시
REC 가중치 5.0 부여
(’16.9)
-
공공기관
의무화: 공공기관 ESS 설치 의무화 도입 (’17.~)
-
판매대상
확대: ESS 저장전력을 기존 전력시장뿐만 아니라 일반소비자(건물, 공장) 대상으로도 판매 허용할 예정
-
배전사업자
ESS 설치: 배전선로 설치 설비에 ESS를 명시적으로 포함
-
역전력계전기
설치: 신재생과 연계된 ESS에서 남은 전력을 거래하면 역전력계전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