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기차 플랫폼 규격화를 통한 어플리케이션 활용성 모델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플랫폼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꽤나 느슨한 편이기 때문이겠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기차 승강장으로서의 플랫폼보다 더 이전의 의미로 돌아가보면 1540년대 어원 사전에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행동, 책략, 의도에 대한 일련의 계획’이라는 의미로 사용이 되었다. 이 단어는 평평한(Plat) 형태(Forme)라는 의미의 고대 프랑스어의 조합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즉, 플랫폼은 평평한 형태의 공정한 장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동, 책략, 의도에 대한 계획들’을 의미했으며, 후에는 더 나아가 이 계획들이 실행될 수 있는 기반 혹은 장소를 의미하게 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플랫폼 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행동과 책략, 그리고 의도란 무엇을 의미할까? 기차 승강장을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고, 또 내리고, 기차에 타기 전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하며, 표를 구매하기도 하고, 지인을 배웅하기도 하고, 매점에서 신문을 사 읽기도 한다. 이처럼 플랫폼은 다양한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에 더해 이 기반을 보완할 수 있는 파생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 및 첨가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같은 의미를 바탕으로 플랫폼은 그 의미를 확장하여 컴퓨터나 자동차 등에서 기반을 구성하는 프레임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기차 플랫폼이란 무엇일까? 1차적으로는 전기차에서 공통으로 혹은 전용으로 활용 가능할 자동차 프레임의 구성을 의미한다. 기존에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개발이 진행되었다. 새로운 자동차 플랫폼의 제작에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시장이 불투명한 전기차에 큰 투자를 하기에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의 특성에 맞춰 제작된 자동차 플랫폼을 전기차에서 함께 사용하기에는 두 자동차의 특성이 너무도 다르다. 그 결과 내연기관 자동차 플랫폼을 재사용한 전기차들은 그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자체 제작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한 놀라운 모델들을 발표한 이후, 대중들의 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으며 지금은 대부분의 전기차 개발 기업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 18650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약 7000여개를 직병렬로 연결하여 배터리 팩을 만들어 전기차 전용 플랫폼 바닥을 구성하여 대용량의 배터리 탑재를 가능하도록 하면서 내부 공간은 최대한 확보하였고 최대 주행거리 등을 개선하였다.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델S와 모델X가 개발되었다.
BMW 역시 순수 전기차인 i3 모델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하였는데, 마찬가지로 무거운 배터리 팩이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안정성과 조향성이 좋았졌고 플랫폼의 활용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트렁크뿐만 아니라 앞 공간인 프렁크도 활용이 가능하여 작은 자체에도 불구하고 넓은 실내공간과 화물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016 CES에서는 작년 한해 디젤게이트로 클린 디젤의 이미지를 잃어버린 폭스바겐이 버디(Budd-e)라는 이름의 컨셉트카를 발표하였는데, 이 차는 폭스바겐의 미래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MEB(Modular Electric Drive Kit)라는 명칭의 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바닥에 거대한 배터리를 위치시키고 전륜이나 후륜에 전기모터를 장착해 컨셉에 맞는 차량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
전기차 플랫폼의 2차적인 의미는 파워트레인을 포함한 시스템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시스템은, 전기차의 구조가 배터리와 모터를 기본으로 하는 단순한 구조를 갖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앞에서 언급한 프레임으로서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파워트레인 부분을 포함시키면 실제적으로 외형을 갖지 않은 상태의 차량의 완성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 전체를 하나의 전기차 플랫폼으로 보면 그 플랫폼 위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의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의 레오모터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워트레인 부분만을 플랫폼 형태로 구성하여 기존의 다양한 내연기관 완성차들을 전기차로 변환을 시킨다.
미국의 Trexa는 전기 파워트레인 플랫폼 시스템을 이용하여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장착한 차량을 주문 생산하고 있다. 기본이 되는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형지물에 적합한 바퀴의 장착도 가능하며 무선 조종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나 제한 없는 어플리케이션의 적용이 가능하다.
플랫폼화를 할 때 중요한 점은 규격화의 필요성이다. 플랫폼의 목적이 다양한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인데, 각 제조사별로 서로 호환이 어려운 독립적인 플랫폼을 제작한다면 제조사 각각의 자체적인 활용성은 높겠지만, 근본적인 의미의 플랫폼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규격화이다. 최소한의 호환 가능한 규격을 사전에 정의가 가능하다면 높은 활용성과 범용성으로 조금 더 유연한 생태계의 구성이 가능할 것이다. 이 규격화의 범위는 통신 프로토콜부터 외장 모듈의 크기, 배터리의 소재 및 출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검토가 가능할 것이며 특히 농업용 또는 산업용 전기차처럼 특수 목적 차량에서는 그 제약성으로 더욱 수월하게 적용 범위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전기차로 테슬라를 3년 안에 잡겠다고 공언했던 신생 전기차 제조 업체인 패러데이 퓨처는 최근 CES에서 전기 슈퍼카 ‘FFZERO1’을 발표했다. 이 차량의 재미있는 점은 모터와 배터리팩 등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주요 부품과 휠베이스와 외부 섀시까지 모듈형으로 만든 것이다. VPA(Variable Platform Architecture)라고 불리우는 모듈형 아키텍쳐를 바탕으로 원하는 대로 다양한 옵션으로 구성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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