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농업 기계화 촉진의 문제점
(1) 농가 소득 감소로 인한 영세 농가의 농기계 가격부담 심화
최근의 농기계 보유율 증가세의 정체는 국내의 다수 영세 농가에서 체감하는 농기계의 가격부담 심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농기계 가격의 상승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니다. 실제 아래 표에서 농가의 구입가격지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농가에서 구입해야 하는 종자, 비료, 농약 등의 기타 비용 대비 농기구의 가격지수는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제 물가상승률에 비해 농기구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은 아님을 나타낸다. 지난 2005년을 기준연도로 삼았을 때 2012년까지 각 비용은 종자가 25%, 비료가 33%, 농약이 19% 증가한 데에 비해 농기구의 가격은 5.2%만큼 증가했다. 이는 농업노동임금의 증가율 6.4%보다 낮아 실제로 농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하는 비용적 측면에 있어서의 효율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농가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농기계 가격의 부담감이 큰 것은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농가의 소득에 비해 농기계의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래의 표에서는 국내 농가의 평균 수입을 바탕으로, 몇 년의 농가 소득이 있어야 주력 농기계 3종(트랙터, 콤바인, 이앙기)을 구입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47마력의 트랙터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2004년에는 0.6년 치 농가소득이 필요했지만, 2013년도를 기준으로는 0.8년 치의 농가소득이 필요하다. 농기계의 가격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농기계 구입 가능 연수가 유사한 기간 동안 33%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농가 소득이 감소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소규모의 가족 농가가 중심을 이루는 한국의 농민들에게 값비싼 농기계의 가격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래 표를 기준으로 3대 주력 농기계를 모두 구입하고자 한다면 농가소득을 기준으로 적어도 3.2년 치 소득이 필요하다. 해마다 사용해야 하는 고정 비용 및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에 실제로 농가에서 해당 농기계를 모두 구입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요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적은 실제 연간 사용 일수
농기계의 가격 부담이 큰 것 외에도 농기계의 실제 연간 사용 일수가 적은 것 역시 농업의 기계화를 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구입 비용의 규모가 커 한 번에 높은 비용을 투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일수가 적기에 비용 효율이 더욱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것이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농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농기계인 트랙터의 평균 연간 이용일수는 약 40일 정도이며 이용면적은 약 2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10년대에 들어와 거의 변화가 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어 실제 정부 차원에서의 면세유 지급에 있어서도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트랙터 외의 주력 농기계인 이앙기나 콤바인의 경우 트랙터보다도 연간 사용 일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앙기의 경우 1년 중 채 일주일이 안 되는 기간에만 사용하며, 콤바인의 경우 약 2주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실제 이용 일수가 매우 짧기 때문에 영세 농가에서는 더욱 농기계의 구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도 트랙터를 이용한 논갈이와 이앙기를 이용한 모내기의 경우 자가의 비율이 각각 37.2%, 33.9%로 나타났고, 이외의 경우 60% 이상의 농민이 타인의 기계나 농기계 임대 시설 등을 이용해 위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했을 때, 아래 표에서 나타난 농기계 이용 일수는 타인의 작업에 이용된 시간을 포함하므로 실제 이용 일수는 이보다도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에서는 농기계 임대사업 등을 운영하여 필요한 시기에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농기계를 대여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긴 하나 특정 기간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점, 또 대여소의 수가 많지 않아 대여 시 장비를 운반하는 데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농기계 사용을 더욱 장려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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