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5G 네트워크 시대가 다가온다;
아날로그 시절 네트워크 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통화 시간이었다. 무선통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음성통화였기에 그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설계했던 것이다. CDMA를 거쳐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네트워크 설계의 중심은 가장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영상으로 이동했다. 영상통화도 있었지만 실제 이용은 미미했고, 무선단말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어떤 품질로 얼마나 끊기지 않게 전달하느냐가 네트워크 설계의 핵심이 되었다.
5G에서도 대용량 데이터의 문제는 계속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5G의 핵심적인 변화는 대용량 데이터가 아니라 다빈도(多頻度) 데이터이다.
[그림 1] 4G와 5G의 특징 비교 개념도
다빈도 데이터라 하면 한 번에 전달되는 혹은 한 번의 연결을 통해 전달되는 데이터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 빈도가 현격하게 늘어나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통한 네비게이션 서비스는 영상서비스처럼 많은 양의 데이터 트래픽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동작하는 동안 지속적인 데이터 전송을 요구한다. 물론 이 네비게이션이 진화 할수록 보다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게 되고 다시 연산하게 되고 또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네비게이션이 무인주행과 같은 영역으로 진화한다면 그 빈도는 수 십배, 수 백배 더 증가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현재 가장 뜨거운 주제들인 IoT, AI, Big Data 등은 모두 접속빈도의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접속빈도 증가의 중심에는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들이 있다. 지식, 상거래, 커뮤니케이션, 뉴스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의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들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면 개별 entity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 요소들 간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Always-On”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서비스 플랫폼의 변화
1. 지식
지식의 영역은 검색 서비스로 대표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네이버에 검색하는 것이 이미 한국인의 생활 습관이 되었고 이는 정보의 공개라는 시대적 조류와 더불어 지식이라는 영역에서 평등한 환경(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내고 있다. 구글은 페이지랭크라는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사업자가 관여하지 않는 지식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고 다수결의 원칙에 근거한 지식의 옳고 그름을 결정짓고 있다. 즉 구글을 통한 검색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의 승인을 받은 이론이 지식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림 2] 구글에서 "French Revolution"을 검색한 결과
예를 들어, 구글에서 “프랑스혁명”을 검색하면 주로 위키피디아가 검색의 상위에 노출되고 프랑스혁명에 대한 전문 사이트가 나타난다. 이 링크를 들어가보면 매우 공신력 있는 기관이 프랑스 혁명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프랑스 혁명에 대한 공식적 기록들이 구글의 검색결과로 제공되는 것이다. 학교 과제나
연구를 위한 사실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의해 제공 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구글 검색 결과를 보면 Video 검색 결과도 별도의 탭으로
제공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프랑스혁명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동영상들이 존재한다. 간단히 리스트를 살펴보면 가장 상단에 노출된 비디오 클립이 Crash
Course가 제작한 프랑스혁명 비디오임을 알 수 있다. Crash Course는 역사와
과학을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료 비디오 사이트이다. 그들의 목표를 보면 아래와 같다.
“We create free, high-quality
educational videos used by teachers and learners of all kinds. That's all we
want to do. After 200,000,000 views, it turns out people like this. And our
videos aren't just for schools; the majority of our viewers, around 60% - 70%,
watch Crash Course without being currently enrolled in an associated class. “
구글의 검색이 지식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지향하지만 동영상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그 내용을 구글검색이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진다. 하지만 이미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Crash Course를 통해서 많은 지식에 쉽게 접근하고 있다. 즉 동영상의 영역에서는 구글의 기본 원칙인 다수결을 바탕으로 한 공신력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성은 확보했다는 의미이다.
[그림 3] 구글에서 "French Revolution"을 검색한 결과 (비디오)
동영상 탭에서 한 가지 더 살펴보면 두 번째 비디오의 제목에서 보이듯이 Nutshell 이 강조된다. 비디오 콘텐츠는 텍스트처럼 방대한 양의 지식을 담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미 비디오 플랫폼인 Youtube에서 권장하는 영상의 길이가 있고 또한 시장에서 검증된 시청자가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 즉 지식의 원칙이 정확성과 공정성에서 핵심만을 골라서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크가 진화함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지식 영역의 변화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한다. 먼저 긍정적인 부분은 지식의 보편성의 확립이다. 기본적으로 구글과 같은 인터넷 지식 플랫폼의 등장은 지식 영역에서 접근성 확대를 가능케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식은 어려운 영역에 남아 있었다. 지금은 그 어려움을 네트워크의 발전을 통한 비디오의 등장으로 해결해내고 있다. 즉 누구나 쉽게 지식을 누릴 수 있는 보편성이 확보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이 영상 속으로 들어감에 따라 그 지식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쉽고 편하기는 하지만 잘못된 지식이 전파될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구글은 지식을 세상 밖으로 해방시켰다. 누구나 자신의 주장이 있으면 인터넷 상에서 글을 올릴 수 있고 그 주장이 다수의 지지를 받아 구글 검색의 최상단을 차지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사실은 아직도 유효하다. 하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는 쉽고 편한 지식으로의 변화이고 이는 결국 지식의 엔터테인먼트화(부정적인 의미에서의)로 변질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기술의 진보는 동영상 내의 지식의 진위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곳까지 진화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용자들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통해 자체 정화기능도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4] YouTube 검색 결과
2. 뉴스 미디어
미디어는 보도의 영역이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이전 세대의 왕좌를
차지했던 텔레비전은 점차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즉 미디어 권력이 점차 분산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존재한다. 페이스북은 뉴스 피드라는 기능을 통해 나의 뉴스를 편집해서 보내준다. 나의
뉴스는 나의 친구 소식이기도 하고 내가 관심을 표시한 영역에 대한 뉴스이기도 하다. 또한 SNS 참여자는 특정 뉴스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함으로써 일종의 “미디어 행위”를 할 수도 있다. 즉 특정 뉴스를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작은 미디어로서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디어의 본질은 중립성, 독립성, 객관성이다. 즉 뉴스는 정확해야 하고 제작자의 견해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마이크로 미디어는 독립적일 수는 있지만 결코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지는 않다.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므로 결코 중립적인 의견이 제시되지는 않는다. 즉 모두가 비트코인처럼 분산된 힘을 나누어 가졌기에
미디어 활동 과정에서 뉴스의 선택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마이크로 미디어의 발전은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미디어 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기에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더 가능할 것인가? 페이스북은 이미
다양한 미디어적인 도구들을 펼쳐내고 있다. 지난 촛불혁명에서의 라이브 방송의 위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 누구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현장의 소리를 방송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 것이다. “비디오몽구”와 같은 새로운 SNS
미디어뿐만 아니라 중앙일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한 것은 이미 미디어의 Power
shift가 이뤄졌음을 반증하고 있다. 글로 쓰는 미디어에서 영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로의
전환은 이런 이유로 매우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방송의 일반화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새로운 세대는
영상을 통한 자기 표현에 이미 익숙하다.
아마도 미디어 영역에서 5G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디어
혹은 콘텐츠 유통에 있어서의 접근성이 얼마나 쉬워졌는가에 있을 것이다. 과거 사람들도 동영상을 제작하는데는
큰 어려움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제작한 동영상이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고 세상에 나가게
만드는 통로가 제한되어 있었다. 현재 그 통로는 세가지 요소에 의해서 개방되고 있다.
첫째는 이미 언급한 미디어의 분권화이고, 둘째는 미디어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발전이다. 즉 페이스북 라이브와 같이 아주 손쉽게 개인방송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5G가 가져다 줄 네트워크의
진화이다. 이제는 쉽게 만들 수도 있고, 공유할 수도 있기에
네트워크 비용과 속도가 어쩌면 개방의 중요한 관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식과 마찬가지로 미디어의 마이크로화와 브로드밴드화 역시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긍정적 요소는 역시 뉴스의 전달이 무척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즉
객관적일 수 있으며 즉시적일 수 있는 뉴스의 생성이 가능해진다. 엄청나게 많은 즉시적 뉴스가 생산되고
순식간에 전파되는 미디어 체제가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정성과 또 다른
맥락에서의 객관성이다. 영상은 충분히 쉽게 편집 가능하며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을 낳는다. 수 많은 가짜뉴스(fake news)가 이런 이유로 존재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해서 생존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2018년 초에 페이스북의 미디어적 속성을
보다 개인과 커뮤니티 중심으로 옮겨가겠다는 발표를 했다. 비록 사업적이고 미디어적인 트래픽의 감소와
이로 인한 광고수익의 감소가 예상되지만 페이스북이 갖는 고유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