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최근
테슬라는 8만파운드급, 우리 기준으로는 35톤급 전기 트럭인 Semi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기술적인 목표를 발표했는데 35톤
트럭을 한번의 완전 충전으로 800km를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점이다.
[그림 1]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
일반적인
물리학의 원칙상 35톤 무게의 트럭을 1km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략 1kWh의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테슬라는 Semi의 에너지 효율이 2kWh/마일 이하라고 하였다. 대략 1kWh/km와 비슷한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가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음). 그렇기 때문에 Semi가 한번 충전으로 800km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00kWh 라는 엄청난 용량의 배터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트럭의 본체에 800kWh분의
에너지를 담은 배터리를 싣고 다녀야 한다는 의미다. 800kWh 용량의 배터리는 엔트리급 전기차인 현대차의
아이오닉 EV 배터리의 28배가 넘는 크기이며, 테슬라의 최고 사양 모델인 모델S P100D 배터리의 8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현대차의 아이오닉 EV의 배터리 용량은 28kWh이며, 테슬라의 모델S P100D의 배터리 용량은 100kWh임)이다. 테슬라가 약속한 Semi의 출시년도는 2019년이다. 테슬라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첫
번째 과제는 현재의 배터리 가격이 충분히 하락해야 한다는 것(테슬라는 Semi를 발표하면 판매가격을 18만불로 책정하였음. 기존의 디젤 트럭과 총비용을 비교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지만 이 가격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이 충분히 하락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함)이고, 두 번째 과제는 많은 에너지를 제한된 공간에 담기 위해 배터리 영역의 기술적 진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전기차의 원재료에 가까운 배터리라는 영역에서 가격의 인하와 기술적 진보는 누가 이루어야 할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자동차 생산 기업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 SK 이노베이션 등 배터리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배터리 전문 기업의 역할로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러한 도전적인 미션을 직접 수행할 뿐 아니라 누구보다도 앞서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실 테슬라는 일런 머스크(Elon Musk)라는 걸출한 인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전기자동차 회사로 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추구하는 기업의 본질은 자동차
기업인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가 아니라 배터리 기업,
더 나아가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테슬라(Tesla)이다(테슬라는 2017년 사명을 Tesla Motors에서 Tesla로 변경하였음).
이 글에서는 자동차 회사로서의 테슬라가 아닌 에너지 회사로서의
테슬라에 대한 고찰을 해보고자 한다. 테슬라의 재무상태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들에 대한
우려 그리고 당면한 Model 3 생산의 차질 등으로 최근 테슬라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슬라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평가를
보면 가장 큰 장애요소로 “에너지 저장장치”를 꼽고 있다. 태양광도 풍력도 기술적 진보를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데 반해 에너지 저장장치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중심에 테슬라가 있다.
배터리의 진화
배터리의 진화는 여러가지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배터리에 사용되는 소재의 진화인데 이 부분의 분석은 많은 변동성을 갖고
있기에 여기에서는 제외하고자 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가정하고 첫째, 배터리의 생산가격이
얼마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인가, 둘쨰, 에너지 무게 혹은
부피 밀도가 얼마나 하락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분석해 보자.
1. 가격
현재
테슬라 Semi는 두 가지 종류를 발표했는데 한번의 완전 충전으로 갈수 있는 거리에 따라 500km(300마일)용과 800km(500마일)용이 있다. 500km용의 가격은 15만불이고
800km용의 가격은 18만불이다. 아직은 상세한 스펙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가지 모델의 주행가능
거리(다시 말하면 다른 용량의 배터리)에 따라 다른 가격을
제시했기에 방정식을 풀어보면 배터리를 제외한 트럭의 원가를 대략 추정할 수 있다. 3만불의 차이로 300km의 주행거리 차이가 발생하고, 1km 주행에 약 1kWh의 배터리가 사용되므로 3만불에 해당하는 배터리 용량은 300kWh이다. 즉, 배터리를
제외한 트럭의 가격은 10만불 수준이고 5만불, 8만불이 각기 배터리 원가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테슬라 Semi의 1kWh 당 배터리 가격을 추정해보면 약 100불로 산출된다. 테슬라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배터리 원가 목표였던
150불을 다시 100불로 내려 잡은 모습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에너지 수요와 생산이 매칭되기
힘들어짐에 따라 배터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한편 점점 보편화되어가는 모바일 기기들에서도
배터리의 성능이 모바일 기기의 성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애플의 배터리 노후화와
고의적 성능 저하에 따른 문제도 결국은 배터리의 문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현재 가장 안정적이면서
원가 경쟁력을 가진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그 생산가격의 하락은 눈부시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 2]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동향
블룸버그의
시장 조사를 보면 2016년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배터리 팩 가격은 1kWh에
273불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에도
기존의 추세가 이어졌다면 그 가격은 250불 아래까지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를 150불, 나아가
100불까지 내리겠다는 것이 테슬라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테슬라가 현재 1kWh당 250불 수준인 배터리의 가격을
150불을 넘어 100불 대까지 낮출 수 있을까? 이것이 Semi를 계획대로 출시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테슬라의 첫
번째 과제이다.
2. 에너지 밀도
에너지 밀도는 동일한 부피에 집적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의미하는데, 테슬라 Semi는 800kWh라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좁은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는 문제를 갖는다. 또한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저장장치를 장착하게 되면
그만큼 차체는 무거워진다. 게다가 차체가 무거워지면 그만큼 에너지효율이 떨어지게 된다(테슬라의 모델S 90D 모델은 90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채용하고 있어 공차중량이 2,000kg을 넘고 연비는 약 5km/kWh 수준임. 이에 비해 현대차의 아이오닉 EV는 28kWh 배터리를 채용하여 공차중량은 1,400kg 수준에 연비는 상대적으로 높은 6.3km/kWh 수준임. 물론 전기차의 연비가 배터리 무게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차량 자체의 무게와는 충분한 연관성이 있음). 즉 배터리가 부피와 무게 측면에서 작고 가벼워지면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배터리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저장됨에 따라 발생하는 발열 문제와 충격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그림 3] 테슬라 모델 S의 배터리팩 모습
테슬라는
승용차 모델인 Model S를 생산하면서 배터리팩을 차체의 바닥에 설치하였다. 좌측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차량 바닥에 배터리팩을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기차 플랫폼을 본질적으로 다시 설계한
것이다. 이 결과 이전과는 달리 최대 100kWh에 달하는
아주 많은 양의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기존에 생산되던 전기차들은 내연기관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여 트렁크 등의 남는 공간에 20~30kWh 용량의 적은 배터리를 적용했지만, 테슬라의 모델S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여 차량 바닥에 90~100kWh의 배터리를 적용하였음). 장착된 배터리 양이 많다 보니 한번의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 전기차가 드디어 방전의 공포에서 벗어나 시장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배터리팩을 차체 바닥에 설치함에 따라 차량의 무게중심이 내려가는 부가적인 장점도 갖게 되었다. 물론
예상되었던 발열이나 파손, 충격 등의 문제도 거의 완벽히 해결함으로써 배터리를 묶는 기술 즉, 배터리팩 기술에서의 진보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Semi의 경우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난이도가 좀 더 높아 보인다.
승용차와 트럭간의 차체 면적의 차이를 약 2배 정도로 가정하면 테슬라의 Semi는 모델S에 비해서 최대 2배의
바닥면적을 갖는다고 가정할 수 있다(테슬라 모델S와 대표적인 트레일러 트럭인 피터빌트 379 모델의 전장과 전폭을 비교해보면 피터빌트 379가 대략 1.5배 정도의 면적을 가짐). 모델S가 현재 최대 100kWh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기에 Semi의 최대 배터리 적재용량은 200kWh로 간단히
예상할 수 있다. 즉 면적 기준으로 200kWh를 장착한다면
800kWh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2층으로 쌓더라도 현재의
기준으로는 두 배 정도의 에너지 밀도를 올려야 한다. 기구적으로 배터리를 2층 이상으로 쌓는다는 것도 가정할 수 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대 단점인 발열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가정이기 때문이다.
무게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평균적으로 1kg에
약 150W 수준의 무게밀도를 가지고 있다. 역으로 환산하면
1kWh 배터리의 무게가 6.5kg 정도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100kWh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S 100D로 계산을 해보면 배터리 무게만 약 650kg이다. 모델S 100D의 차체중량이 2,196kg이니
전체 무게에서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Semi에 그대로 대입하면 배터리 무게만 5,200kg에 달하게 된다. 무게를 끌어야하는 트럭의 경우 자체 무게가 무겁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더 든다는 의미가 된다. 즉, 부피밀도뿐 아니라 무게밀도에 있어서도 상당한 개선이 있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기존에 안정적으로 사용하던 18650 원통형 배터리를 2170으로 바꾸면서 이러한 에너지밀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표1은 현재 테슬라가
발표한 새로운 배터리셀인 2170과 기존의 18650에 대한
스펙을 비교한 것이다. 정확한 발표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테슬라의 발표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았다.
[표 1] 테슬라의 배터리 사양 비교 (18650 vs. 2170)
먼저
이 변화는 에너지의 부피밀도와 무게밀도 측면에서 모두 15% 정도의 개선을 만들어냈다. 아울러 테슬라가 목표로 하고 있는 전류 6,000mAh를 달성하게
되면 5%를 더해 20%의 에너지 밀도 상승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이 정도 개선으로 배터리의 부피와 무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완벽히 해결되지는 않지만, 2170 배터리가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품질관리(QC) 등 단셀
품질의 향상과 향후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는 여지 등으로 그 가능성은 조금씩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