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4일 수요일

5G의 등장과 서비스 플랫폼의 변화 ②

서비스 플랫폼의 변화


3. 상거래
상거래 영역은 전통적으로 네트워크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오지는 않았다. 상거래 서비스의 특성상 많은 양의 상품을 보여주려는 노력과 페이지 로딩을 빠르게 하려는 노력이 함께 발전해 왔기에 무선망의 진화와 상거래의 변화는 큰 연결점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상거래 영역에서도 보다 진화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변화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리더 아마존은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궁극적인 상대를 오프라인 커머스로 상정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가격, 구색, 서비스 품질 그리고 고객 인터페이스를 오프라인 커머스와 유사한 수준으로 제고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각각의 요소를 살펴보면 가격과 구색은 실물이 아닌 제품의 정보가 제공되는 영역으로 인터넷 커머스가 오프라인 커머스 대비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이미 아마존에서 제공되는 상품종류가 약 천만 종류가 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배송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서비스 품질과 가상세계가 줄 수 없는 고객 인터페이스에 있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Fulfillment Center를 건설하고 재고를 구비함으로써 배송이라는 문제를 어느 정도 고객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프라임(아마존의 정액제 멤버쉽 프로그램으로 2일 내 무료배송을 비롯해 프라임 비디오프라임 뮤직 그리고 킨들 무료 전자책 등의 혜택이 주어짐)과 같은 멤버쉽은 모든 구매활동을 아마존으로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문제는 고객 인터페이스에 있다. 가상세계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갖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여전히 가상세계라는 한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한 걸음씩 나아지고 있다.

[그림 1] 아마존 스마트 스피커 에코


아마존이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많이 판매한 아이템 중 하나는 아마존의 에코(Echo)이다.  고객의 음성을 인식하고 고객과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기기가 보다 활발히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은유적으로 보면 내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점원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변화이다. 기존의 전자상거래가 일반적인 음성전화였다면 미래의 전자상거래는 화상전화로 바뀌는 그런 종류의 변화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에코가 제공하는 기능을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의 추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에코는 아마존에서 개발한 음성인식 스피커로 알렉사(애플에서 제공하고 있는 가상비서인 시리(Siri)와 유사한 서비스)라는 일종의 가상의 비서를 내장하고 있다. 알렉사의 음성인식 기능과 스피커 기능을 활용해 음악을 재생하거나 뉴스, 스포츠, 날씨 등의 실시간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스마트홈 기능을 제공하는 다양한 기기들과 연동해 집안 구석구석을 제어할 수도 있다. 특히 스킬(Skill)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서비스들과의 연동을 추가함으로써(예를 들어도미노 피자의 스킬을 추가하면 알렉사를 통해 도미노 피자를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다현재 관련 API의 공개를 통해 이러한 스킬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 그 활용성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미래의 전자상거래를 살펴보면 가장 큰 변화의 방향은 고객 인터페이스의 진화일 것이다.

[그림 2] Softbank의 로봇 비서 Pepper


이전의 상거래가 대부분의 역할을 고객에게 맡겨두었다면 이 진화는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간의 많은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한다. 즉 고객은 보다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고 보다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검색에 의해 가장 많이 팔리는 저렴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에게 나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를 묻는 그런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뒷받침은 수많은 데이터가 연산되고 공유되는 그런 환경을 필요로 한다. 흡사 경험 많은 객장의 단골 세일즈맨처럼 고객을 이해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그런 로봇 인터페이스가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다빈도 데이터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한 영역은 커머스 영역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식이나 미디어의 영역과는 달리 모든 판매자들은 구매자들에게 얼마든지 정보를 제공할 의지를 갖고 있다. 단지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할 따름이다. 아마존과 같은 진화된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고객 개개인의 개인취향과 위치정보, 구매이력 등을 활용하여 판매자의 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서 생활의 모든 서비스 영역까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커뮤니케이션 메신저가 존재한다.

4. 커뮤니케이션
4G 아니 3G가 개발되는 시점에 가장 주목받았던 어플리케이션 중의 하나는 화상전화였다. 통신이라는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역시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아마도 5G 시대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보다 넓은 대역폭이 요구되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5G가 다가오는 이때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그와는 무언가 다른, 보다 본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즉 기존의 모바일이 통신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생활수단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은 누군가가 전화를 걸고 누군가는 전화를 받는다. 즉 두 대상을 망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이전에는 그 대상이 사람과 사람이었고 음성에서 데이터로 발전해 오면서 그 대상은 확장되어 왔다. 그 대상과 연결의 빈도와 양상은 이제 실질적인 Always on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림 3] WeChat의 메뉴 이미지

중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위챗(WeChat)의 서비르를 살펴 보자. 2017년 중국의 위챗 사용자 중 33%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위챗을 사용한다. 국내의 유사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아주 열심히 사용하는 젊은 층의 경우 하루에 비슷한 사용시간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사용 시간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가 채팅일 것이다. 하지만 위챗의 경우는 아주 다르다.

물론 위챗도 대화기능을 주기능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대화기능 이외에 아주 많은 일상생활의 기능들이 위챗을 통해 해결된다. 먼저 가장 중요한 상거래 기능이 위챗을 통해 대부분 제공된다. 이 상거래 기능은 단순히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구매활동이나 개인간의 송금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포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고, 병원 예약도 가능하다. 공과금을 내고 영화를 보고, 택시를 타고, 기차를 예약할 수 있다. 강아지 미용을 예약하고 노래방을 예약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과정에서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이 위챗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즉 단순히 대화로 33%의 중국인이 위챗을 하루에 4시간씩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필수도구로 위챗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현재 위챗의 월간 실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 수는 10억 명이 넘어거의 모든 중국인이 위챗을 사용한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님). 물론 이러한 사용자층이 점점 나이 많은 세대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과거의 모바일 기기는 특정한 용도가 있을 때 사용하는 통신기기였다. 물론 아이폰이 나오면서 수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모바일 기기에서 동작되면서 많은 기능들이 제공되기 시작했지만, 각각의 어플리케이션의 User Interface가 다르고 각각의 품질이 차이가 나기에 일관된 서비스 수준의 관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위챗은 이 모든 기능을 하나의 수퍼 어플리케이션에 수용함으로써 생활의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위챗은 최근 미니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출시했다. 일종의 웹 페이지와 같은 기능을 위챗 상에서 출시한 것이다.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주변의 식당이나 모든 서비스 제공자들이 보다 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만든 탬플릿형 서비스이다. 설렁탕 가게도 손쉽게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기능이 이미 개발이 되었다. 식당 주인은 단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설렁탕의 이미지와 가격만 올리면 된다. 결제도 위챗 페이를 통해 가게 주인에게 바로 송금된다. 기존에는 서비스 계정 가입 후 전문가의 도움을 거쳐 만들어야 했던 여러 가지 서비스가 보다 쉽게 구현된 것이다. 물론 위치정보와 개인의 신상정보에 기반한 다양한 프로모션이 실시간으로 위챗을 통해 오고 간다. 점심시간에 식당간의 경쟁이 이제는 위챗 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존의 통신망은 통신망을 얼마나 많이 오래 잡고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위챗이 보여주고 있는 미래의 생활 서비스는 아주 많은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그런 통신형태로 변화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진정한 의미에서의 Always On이 실현되는 것이다.

결론 및 시사점

5G에서의 킬러 콘텐츠가 무엇이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통신사들은 망은 통신사가 깔고 돈은 포털이나 콘텐츠 회사가 벌어가는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저마다 5G에서의 핵심 사업이 만한 영역을 찾고자 분주한 모습이다.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통신업계가 모바일 서비스를 리딩하던 시절에는 네트워크 진화로 인해 어느 수준까지의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중에서 사용자들이 돈을 내게 만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모바일로 동영상을 손쉽게 즐길 있게 것은 분명 네트워크의 진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저마다 자사의 동영상 서비스 앱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집계된 국내 OTT 매출 현황에서 이통3사는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있겠지만 이동통신사가 여전히 모바일 데이터 소비를 늘리는 용도로 미디어 서비스에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들은 충분히 빨라진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서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 왔다. 모든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결과를 지식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일방적이던 미디어의 분권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온라인 거래는 이제 오프라인 거래의 보조가 아닌 독자적인 완결적 수단이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단순한 음성과 메시지 커뮤니케이션이 복합적인 실시간 서비스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금방 적응해가고 있다. 아울러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텐센트의 기업가치가 모두 500조원을 상회하며 기업가치 기준 글로벌 상위 10 안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위한 자본이 이들에게 몰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있을 것이다.

5G로의 진화는 우리의 서비스 플랫폼들의 진화와 어떤 관련을 갖게 될 것인가? 아마도 그 질문이 5G 네트워크의 투자를 준비하는 통신사업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3G 네트워크가 출현하는 시점에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사업자의 걱정은 “Dummy Pipe”가 되지 않을까에 있었다.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만 제공하고 그 위로 가치 있는 콘텐츠들이 흘러가는 그런 상황 말이다. 하지만 5G로 넘어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선 아무도 그런 걱정을 하고 있지 않다. 이미 네트워크 사업자의 역할은 콘텐츠 영역 혹은 서비스 영역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상상을 해보는 것이 의미 있어 보인다. 플랫폼혁명이 완성되어 가는 지금 다음 단계의 변화는 네트워크와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진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상 말이다. IP 네트워크 상에서 네트워크 사업자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상상은 내 가치를 저들이 빼았아간다는 가정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미 저들이 대부분의 가치를 갖고 있기에, 아예 자리를 바꾸는 상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