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1호 원자력발전소였던 고리1호기 원자력발전소가 영구 폐쇄되었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40년 만이며, 국내 원전 중에서는 최초의 퇴역이다. 이는 최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탈원전 정책 로드맵의 일환으로 시행된 조치이지만, 작년에만도 부산시 전체 가정용 전력소비량의 106%를 생산 공급했던 실적을 보면 관련 종사자들의 아쉬움이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탈원전과 더불어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공약에서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역대 정부들도
신재생에너지 등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지만 이번 정부는 특히나 파격적이고 과감하게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공약 중 신재생에너지 관련 공약으로는 전기차 친환경차 보급 확대 지원 추진, 발전사업자들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비율(RPS) 높임,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 2030년까지 전체 20% 비중으로 확대, 소규모 신재생 설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재도입, 친환경 발전 원료에 부과하는 세금 인하, LPG차 사용 제한 규제
완화 등이 있다. 이 중 특히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 2030년까지
전체 20% 비중으로 확대라는 공약이 논쟁의 핵심이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지 말이다.
아직까지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의 비중은 전체의 약 6%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다. 게다가
이 수치 중에서도 진정한 신재생에너지라고 취급하기 어려운 폐기물 발전 비율이 60% 이상으로 가장 높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비중은 각각 10.7%와 3.6%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만약 태양광과 풍력 발전만 계산하면
전체 생산량 중 약 1% 수준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약대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량이 전체의 20%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65GW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현재 약 5GW 수준의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이 약 37GW 수준으로 대폭 증가해야만 가능한 수치이다. 앞으로 13년 동안 740%로 확대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이러한 증가가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우선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일사량의 조건이 부족한 편은 아니다. 일사량 조건은 태양광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량이 전 세계에서
2위인 독일의 경우는 900~1,200 kWh/m² 정도의 일사량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일사량
조건은 1,400~1,600 kWh/m²으로 거의 50% 이상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조건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좋다고 볼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현재 세계 3위 수준인 약 41GW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을 걸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수치가 아니다. 2011년 처음으로 1GW 신규 설치를 돌파한 후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고작 약 4년 동안 36GW 신규 설치가 이루어져 달성한 수치이다. 우리가 13년 동안에도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치가 일본에서는 단지 4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물론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라는 엄청난
사고의 영향으로 가능했겠지만, 계기나 동기만 부여된다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닌 것이다.
얼마 전, 어떤 인터넷 뉴스에서 “문재인 정부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목표”를 달성하려면 서울시 면적의 60%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가능하다는
상당히 부정적인 기사를 보았는데, 이를 보면 태양광 발전을 통해
20%를 달성하려면 대단히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하여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기타 조건들을 전부
무시하고 단순히 면적과 용량으로만 계산해보자. 현재 국내에 약 5GW의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으니 목표인 37GW를 위해서는 추가로
32GW 용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된다. 1kW 발전을 위한 태양광 패널 설치에
대략 4평 정도의 면적이 필요하니 32GW를 위해서는 약 422 km² 의 면적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토 전체 면적은 100,210 km² 이다. 서울시의 면적은 605 km² 로
대한민국 국토 전체 면적의 0.6%이다. 기사처럼 서울시
면적의 60%가 아니라 70% 정도가 필요하긴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비율로 생각하면 0.42%에 불과한 수준이다. 과연 전국에 이 정도 면적의 잉여토지를 확보하기가 어려울까? 게다가
태양광 패널은 이미 건설된 건물 지붕에도 설치가 가능하고, 구조물을 이용해 논이나 밭, 산과 같은 경사진 땅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참고로 새만금 간척지의
총 면적이 410 km² 이다.
결국 태양광 발전소
보급 확대 문제는 경제성과 시민들의 인식의 영역으로 돌아오게 된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호의적으로 바뀌고, 경제성만 갖출 수 있게 된다면 태양광 발전소의
보급 확대에는 허들이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이미 시민들의 인식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과거에는 흉물스러운 외관으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도 하고, 전자파 발생과 같은 비과학적인 믿음 등이 존재했으나, 최근에는 이상기온과
미세먼지 등 실질적으로 생활에서 직접 체험하며 느끼고 있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두려움과 실용적인 전기자동차의 등장 등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이해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는 ‘스완슨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반도체
분야의 ‘무어의 법칙’(반도체의 집적회로의 성능은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과 유사한 법칙으로 “태양광
패널 생산량이 2배 증가하면 가격은 20%를 내려간다”라는 법칙이다. 이 법칙을 통해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패널 비용 이상을 나타내던 설치비도 마찬가지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의
가격과 설치비가 과거에 비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경제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하다라는 점과 원금 및 수익의 회수에 최소 10년이상으로 장기간이 필요하다라는 부분도
문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린홈 제도를 비롯해 정부와 지자체들에서 상당 금액의 보조금과 많은 혜택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디게 보급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를 빠르게 늘리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태양광 발전 설비의 확대에는 그
발전원의 특성에 맞게 정부 지자체 중심의 대규모 시설의 건설보다는 분산 방식으로 전국 곳곳에 중 소규모의 발전소들의 설치를 통해 보급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도심의 경우에는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의 영향으로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충분한 크기를 설치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도심 외곽 변두리 지역에서도 상대적 토지 가치를 따지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익일 것이다. 그렇다면 2016년 기준 전국에 약 50억 평(1,644,000 ha)으로 대한민국 전체 국토면적의 약 16.5%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농촌의 농경지를 활용하면 어떨까?
대한민국 농가의 쌀농사
기대 수익은 약 4,000~5,000평 기준 연간
1,000~1,200만원이다. 이는 쌀 판매대금과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제공하고 있는 직불금과
각종 기회 비용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만일 동일한 면적의 대지에
1MW급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1kWh당 170원(2016년 기준 평균 SMP+REC), 일조랑 3.5시간으로 연간
약 2억 2,000만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한다. 투자원금(약 20억 원)과 각종 관리비를 20년 상환으로 제외하여도 연간 1억 원 이상의 이익이 가능하다. 쌀농사 대비 거의 8~10배에 달하는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이제 경제성의 확보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프라처럼
농사도 경제성만 가지고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및 지자체에서도
면세유 등의 각종 혜택과 보조금 등을 지급하며 농사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주식인
쌀이 부족하게 되면 해외에서 비싼 비용으로 수입을 해야 할 테니 무작정 농사를 중단하고 그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2016년에만 쌀
수확량은 420만 톤으로 약 35만 톤이 초과 생산되었다. 지속적으로 초과 생산되어 추곡매입가격 역시 2015년 52,000 원에서 2016년 45,000
원으로 하락 중이다. 현재 약 10%에 해당하는 40만 톤 가량의 쌀 생산을 줄여야 하며 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전국 농경지 면적을 보아도 2015년에만 약 2.1%가 감소했는데
이는 대한민국 전체면적으로 계산하면 0.35%로, 앞서 32GW 용량의 신규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위해 계산했던 면적(0.42%)의 83%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농가소득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쌀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초과 생산되어 추곡매입가격은 떨어지고 정부의 대책은 필요한 상태에서
농경지는 해마다 약 2%씩 감소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 농경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면 농가소득은 거의 10배가
증가하게 되고 정부는 쌀 초과생산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게 된다. 추곡매입도 할 필요가 없어지니 해당
예산을 활용해 농민들에게 태양광 발전 지원금 등의 보조금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덤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 37GW 설치라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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