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소의 보급 및 확대에는 몇 가지 기본적인 허들이 존재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기술과 경제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분야든 새로운 영역 또는 시장으로의 진입에 첫
허들은 기술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기술이 완성된 이후에 따라오는 허들은 기존에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세력과의 비교에서 오는 경제성이다. 신재생에너지 만큼이나 근래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전기차의
보급의 동향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전기차는 실제 그 역사를
보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되었고, 더 일찍 나름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내연기관의 개발과 유전의 발견 등으로 순식간에 옛 기술이 되었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경제성 등은 아예 논할 가치도 없었다. 하지만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영역인 인터넷과 컴퓨터 등의 발전으로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등이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면서
휴대용 기기와 관련된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였다. 그 결과 휴대용 기기들의 필수품인 배터리와 관련된
시장에도 큰 발전을 불러왔다. 이제야 좀 쓸만한, 가지고
다닐만한 배터리의 용량과 크기가 현실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전기차는 기술의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내연기관 자동차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게다가 일부 영역에서는 더 우위인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밀리고 있는 상황이고, 그
경제성이 전기차 보급 확대를 막는 가장 큰 허들이 되었다. 그래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 우대 정책을 펴는 등 부족한 경제성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처럼 규모의 경제 원리를 적용해
경제성을 직접 확보하기 위해 상상 이상 규모의 공장을 짓고 어마어마한 양의 배터리를 생산하려고 하고 있다. 모두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결과 전기차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뉴스에서도,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출시 계획에서도 전기차는 낯선 물건이 아니며 환경론자들을 위한 값비싼 토이도 아니다.
태양광 발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태양광 발전 영역에서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이미
현재 어느 정도 화석연료들과 견줄만한 수준에 접근했다. 이미 Grid
Parity에 도달한 국가나 도시들도 상당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지역들에서도 그 간극은
점점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기술의 허들은 어느 정도 극복된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은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허들이다. 이제야 기술 수준이 다른 화석연료 에너지들과 비교할 만한 경지에 올랐기에, 순수하게 태양광 발전 자체만 가지고는 여전히 경제성을 갖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각국 정부와 지자체들은 다양한 보조금과 혜택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는 앞서 살펴본 경제성 분석 결과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전기차 이상으로 충분히 경제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기술과 경제성
영역의 허들을 어느 정도 극복한 태양광 발전소, 특히 농촌태양광 발전인 전기농사의 보급을 가로 막고
있는 또 다른 허들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바로 정부와 함께 태양광 발전소의 보급을 적극 장려해야 할 지자체들과 경제성 높은 전기농사를 적극 수용해야
할 농민들이다. 보급을 장려해야 할 지자체들은 과도한 규제를 통해, 전기농사를
통해 그 이익을 직접 누려야 할 지역주민들은 끊임없는 민원을 통해 전기농사의 국내 보급을 막고 있다.
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A사는 태양광 발전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지자체에 허가를 신청하러 갔지만
도로 주거지역과 5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제 조항에
불허 통보를 받았다.
#농촌에 거주하는 B씨는 유휴
부지를 활용한 농촌 태양광 사업에 과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사업 참여시 농지전용으로 인해 공시지가의 30%를 농지보전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사업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C보험회사는 안정성이 높아진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투자를 늘리려 했으나 사회간접자본(SOC) 금융은 도로 등 민간투자사업만 국한하고 있어 투자를 할 수 없었다.
국내 태양광발전사업의 규모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규제를 만들어 태양광 내수 시장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에 역주행하는 모양새로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물론 대기업조차 지방권력의 횡포에 힘겨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일부 규제하는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을 보유한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5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전남지역의 담양, 화순, 해남, 무안, 함평, 영광, 완도, 신안, 고흥 등 14개군은
다양한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을 제정해 국도, 지방도, 군도
및 10호 이상 주거 밀집지역에서 100m~1,000m 이내에
발전소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사실 태양광 발전소는 전남지역이 내세울 수 있는 자원 가운데 하나인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데, 이를 지자체 차원에서
각종 규제를 만들어 막고 있다는 상황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부 지자체의 개발행위허가
규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자체의 과도한 규제]
- 담양군: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 5조에 주요도로에서 직선거리 500m 안, 10호 이상 취락지역,
주요관광지, 공공시설 부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m 안, 집단화된 토지의 중앙 부근에 설치가 불가하다. 건물의 지붕이나 옥상에
설치하는 공작물의 경우, 도시 미관과 건축물의 안정 등을 고려해 지붕에서 공작물 최상단까지의 높이가 2m 이상을 넘지 않아야 하며, 발전시설 부지의 경계에는 울타리를
설치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화순군: 담양군과 동일한 규정 외에도 10호 미만의 취락지역의 경우에는 250m 안에 설치가 불가하며, 경지정리지구 등 집단화된 토지의 중앙
부근에도 설치가 불가하다. 또 발전시설 부지의 경계에는 높이 3m 이상의
경계 울타리와 차폐수 및 차폐막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해남군: 지역주민 고용촉진을 위해 전문기능을 갖춘 지역주민을 일정비율 이상 채용해야 한다. 또 지역기업으로부터 직접 조달 가능한 자재 품목이 기준에 적합할 경우에는 우선 매입해야 하고, 공익사업 참여를 통한 지역사회에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 개발사업
시행 시는 적정 시공능력을 보유한 지역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지역의 우수업체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 무안군: 앞서 언급된 규정들 외에도 주변 경관과 조화되도록 울타리는 죽목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상위법에서 위임되지
않고 근거가 없는 조례나 예규 등 자치법규에 경과조치 규정 등을 둬 “상기 규정에도 불구하고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허가 할 수 있다”라는 조항 등을 두고 있어 그 형평성에도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일부 단체장들은 주민들의 반대나 환경 보존 등을 이유로 불허가를 남발해 행정소송도 빈번한 실정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자체 입지 투자 환경 등 핵심 부문별 7건을
폐지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면 손질한다고 2017년 초에 발표했다. 개선된 7건의 규제는 태양광 입지, 풍력단지 생태등급, 농지 보전부담금, 금융권 신재생 투자 위험도, 배전사업자 ESS 설치, 전기안전관리자
선임기준, 역전력계전기 설치 규정 등이다. 정부는 7건의 규제개선을 통해 올해 묶여있던 총 5,600억원의 에너지신산업
투자유발 효과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 11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부문은 이격거리 규제가 풀리면서 210개 약 1,150억원 규모에 이르는 프로젝트의 추진이 가능해졌다.
[신재생에너지 규제개선 내용]
- 태양광
입지: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100m 이내로 최소화
- 풍력단지
생태등급: 풍력단지 개발 중 생태 자연도 등급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변경되면 구제절차를 위한 이의신청 기간이 15~45일 이내로
현실화
- 농지보전부담금: 기존 공시지가의 30%에서 50%를
감면
- 금융권
신재생 투자 위험도: 장기고정가계약을 체결한 신재생사업에 대해 사회간접자본과 같이 투자 위험을 낮게
적용
- 배전사업자
ESS 설치: 배전선로 설치 설비에 ESS를 명시적으로 포함
전기안전관리자
선임기준
- 역전력계전기
설치: 신재생과 연계된 ESS에서 남은 전력을 거래하면 역전력계전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선
나. 지역주민들의 민원
#영주 안정면 용상2리 주민들은
전자파 발생으로 주변 온도가 상승해 작물 피해와 가축 폐사의 우려가 있다며 허가 취소와 이전을 요구
#의성군 금성면 하리 주민들 중 사과와 자두, 포도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인근에 A업체가 건설 중인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면 주변 기온이 상승해 농작물 재배 등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민원 제기
#점곡면 구암리의 한 노인요양병원은 인근 뒷산에서 B업체가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산지개발에 따른 소음과 먼지, 분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민원 제기
#
군위 우보면 선곡리 주민들은 최근 C업체가 발전소 건설을 위한 토목공사에 들어가면서 가축 성장이나 농작물 재배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민원 제기
농가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될 농촌태양광 사업을 왜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이는 농촌태양광 사업이 실제로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현재까지 설치된
태양광 보급용량 중 약 65% 정도가 농촌지역에 설치되어 있다. 전남, 전북, 충남, 경북 순으로
태양광발전소 용량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태양광 설비 사업을 외지 기업이나 외지인이 추진하고 있어
실질적인 이익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가져가고 있다. 농민들의 경우는 주로 외지인에게 부지임대를 통해 태양광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실제로 소득증대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농촌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주인공이어야
할 농민들은 소외되고, 소득의 대부분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어, 지자체는
정부의 의지와는 반대로 각종 규제를 만들어 보급을 간접적으로 막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민들의 민원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과학적인 증거도 없고 검증하기도 어려운 내용들이다. 태양광 패널이나 고압전선에 의해 발생한
전자파로 인체나 농작물, 가축 등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거나, 태양광발전소
주위온도가 상승해 열섬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관련된 내용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보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파는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의 대상인데, 아마도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라는 것만으로 전자파가 많이 발생할 것
같은 불안요소가 이러한 오해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립전파연구원에서 공동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에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0.07mG로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헤어 드라이기의 37.9mG나 TV의 0.1mG보다도
적은 수치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자파 다음으로 많은 민원
내용이 태양광으로 인한 온도 상승과 빛 반사로 인한 주변 농작물에 대한 피해이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태양광 모듈이 빛을 흡수하는 형태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빛 반사는 거의 없는 5% 수준이다. 빛 반사율은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색 페인트(70%)나 벽돌(15%), 비닐하우스(10%)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태양광발전소가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 조사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소
인근지역과 대조지역간의 일조량, 온도 차 등에 특이한 차이가 없음이 밝혀졌다.
그 다음으로 많은 민원
내용이 소음에 대한 부분이다. 태양광발전소는 다른 발전소와 달리 빛을 흡수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모듈 자체에서는 소음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인버터가 처음 가동 시에 약간의 소리가 발생하지만
이때 발생하는 소리는 50~60데시벨로 일상적은 대화소리, 사무실
타자기 소리 등과 같은 수준이다.
물론 자연경관이나 환경의
훼손 등에 대한 우려는 태양광발전소 건설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과 같이
대부분의 민원들이 과학을 근거로 하기보다는 발전소라는 단어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위협이나 악의적 의도를 바탕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에 태양광 민원은
지역주민과의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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